5년 만에 돌아온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에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등장했다./디자이너 미카엘라 스타크 인스타그램
커다란 천사 날개로 치장한 모델이 등장하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가 5년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패션쇼는 런웨이가 아닌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행됐고, 날씬한 모델들만 섰던 자리엔 뱃살을 드러낸 모델들도 함께 섰다.
26일(현지시각) 미국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란제리 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를 다룬 다큐멘터리 ‘더 투어(The Tour) 23′이 전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처음 공개됐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는 1995부터 2018년까지 팝스타 공연을 곁들인 무대로 인기를 끌었다. 모델들은 화려한 보석이 박힌 거대한 천사 날개를 달고 패션쇼 런웨이에 올라 ‘빅토리아 시크릿 천사들(Angels)’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았다. 지젤 번천, 미란다 커 등 세계적인 모델도 이곳 출신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5년 '빅토리아 시크릿' 란제리 패션쇼./AP 뉴시스
그러나 빅토리아 시크릿은 여성을 상품화하고 마른 몸매가 아름답다는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 시청률과 매출이 추락한 데다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였던 레슬리 웩스너가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억만장자 제프리 앱스타인과 연관성 의혹까지 휩싸였고, 패션쇼는 2018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이번에 공개한 다큐멘터리에는 나이지리아 라고스, 일본 도쿄, 콜롬비아 보고타, 영국 런던 등 4개 도시에서 독립 디자이너들이 선보이는 컬렉션을 담았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울 마르티네스는 성명에서 ‘더 투어’에 대해 “브랜드 변신의 궁극적인 표현”이라고 소개했다.
빅토리아 시크릿 플러스사이즈 모델./디자이너 미카엘라 스타크 인스타그램
실제로 이 다큐멘터리는 빅토리아 시크릿이 기존과 달라졌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패션쇼에는 빅토리아 시크릿 천사 출신인 모델 나오미 캠벨과 아드리아나 리마도 등장하지만, 그간 런웨이에서 볼 수 없었던 플러스사이즈 모델이 등장한다. 속옷을 입은 모델은 울퉁불퉁 접힌 뱃살과 볼록 튀어나온 옆구리살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이를 강조하기까지 한다.
이번 란제리 컬렉션을 준비한 디자이너 미카엘라 스타크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준비시키면서 “고등학교 때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는) 엄청났고, 그걸 보고 난 후에 뭘 먹고 싶지 않아지는 주변 문화도 있었다”고 말한다.
스타크는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천사 날개를 단 플러스 사이즈 모델 사진을 올리고 “천사가 모든 여성을 대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내 어릴 적 불안감과 신체 이형증의 근원을 무너뜨릴 기회를 가진 게 좀 감격적이었다”고 적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