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영 매체 IRNA가 공개한 CCTV 영상 캡처
이란의 1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로 불리는 이란 지도순찰대에게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란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인권보호 단체인 헨가우는 지도순찰대의 심각한 폭행이 있었다며 이들을 고소했다. 이란 당국은 폭행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4일 BBC 등에 따르면 1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지하철에서 아르미타 게라완드(16)가 여성 도덕경찰과 히잡 규정 위반 문제로 충돌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헨가우에 따르면 히잡 단속 과정에서 도덕경찰이 게라완드에게 심각한 폭행을 가했으며, 그로 인해 게라완드는 현재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지하철역 플랫폼 안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하철에 탑승한 게라완드는 얼마 뒤 이어진 영상에서 지하철에서 플랫폼 밖으로 도덕경찰과 일부 승객에 의해 끌려 나온다. 게라완드는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기절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당국은 “저혈압성 쇼크일 뿐”이라고 했지만, 헨가우는 “명백한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하철 내부 영상의 유무는 확인되지 않았다. 테헤란 지하철 운용사 대표인 마수드 도로스티는 IRNA 통신에 “승객과 지하철 직원 간에 말싸움이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고 말했다.
헨가우에 따르면 현재 게라완드의 부모는 딸과의 면회가 금지됐으며, 경찰은 부모가 사건 관련 사진을 소셜미디어 등에 올리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게라완드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한 이란 언론인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당국은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이란 전역을 들끓게 한 이른바 ‘히잡 시위’가 당시 22세였던 마흐사 아미니의 히잡 규정 위반 조사 중 의문사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됐기 때문이다. 당시 아미니의 유족 측은 구타 흔적이 있다며 경찰의 고문이 사망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아미니의 기저 질환이 사인”이라며 폭행을 부인했다.
아미니 사태 1년여 만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란 당국은 전국적인 반(反)정부 시위가 재현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미니 사망 1주기를 맞아 이란 전역에서 추모식이 열렸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이란 정부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