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은 서방 탓…새로운 세계 만들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인 부레베스트닉 시험 성공 소식을 알리면서 30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던졌다.
5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본회의에서 부레베스트닉 전략순항미사일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차세대 핵무기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시스템도 거의 완성했다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2018년 3월 국정연설에서 핵 장착이 가능한 부레베스트닉 미사일을 언급하면서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보장할 신무기로 지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고 자랑한 바 있다.
그는 핵실험 재개 요구와 관련해 “이론적으로 핵실험금지조약(Nuclear Test Ban Treaty) 비준을 철회하는 게 가능하다”면서 1990년 이후 시행하지 않은 핵폭발 관련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가 실험 재개 여부를 선언할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국이 조약에 서명은 하고 비준하지 않은 것과 똑같이 행동하는 게 가능하다”며 비준 취소는 국가두마(하원)에 달렸다고 말했다.
1996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에 대해 러시아는 1996년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으나 미국은 1996년 서명했을 뿐 비준하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핵무기를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러시아의 독트린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고 일축하면서 “오늘날 그 어떤 것도 러시아의 존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러시아에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사일 발사가 감지되는 순간 우리는 해상이든 지상이든 미사일 수백 발을 날려 적이 생존할 수 없도록 만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토론 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소위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 반대로 우리는 그것을 끝내려고 했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서방의 패권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을 거듭 펼쳤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하는 군사 행동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칭하지만, 이날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빼앗을 필요는 없다면서 “이번 분쟁은 제국주의나 영토 문제가 아니라 세계 질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방이 지나치게 ‘오만하다’고 비판하면서 러시아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이 식민주의적 사고로 세계를 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2014년 쿠데타를 지원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위기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의 친러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끝에 야누코비치 정권이 축출되는 이른바 ‘유로마이단 혁명’이 일어났다. 푸틴 대통령은 이 사건이 결국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야기한 근원이 됐다고 주장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또 과거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방안을 제안했었으나 서방이 무시했다면서 “서방은 항상 적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항상 반대해 왔지만,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에 나선 이후 9만명 이상의 병력을 잃었으며,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외부의 도움 없이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별군사작전 종료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영토가 아닌 우리 국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해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 노력은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서방이 나토를 러시아와 중국 국경으로 확장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