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4살인 2009년생부터는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담배 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영국 총리실이 밝혔다. 〈사진=AP/연합뉴스〉
"올해 14살이 된 2009년생과 그 이후 태어난 사람은 성인이 돼도 합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게 될 겁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리시수낵 영국 총리가 흡연 규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밝혔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현재 영국에서는 18세 미만 청소년은 담배를 살 수 없는데, 이 연령 제한을 매년 1살씩 높이겠다는 겁니다.
그럼 이 연령 제한보다 어린 사람들은 평생 영국 안에서 합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게 됩니다.
또 매년 연령을 높여서 전 국민이 규제 대상이 될 때까지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게 영국 총리실의 구상입니다.
수낵 총리는 "흡연 가능 연령을 매년 한 살씩 올리면 이르면 2040년에는 젊은 층의 흡연을 완전히 중단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흡연자 170만 명 줄고, 139조원 경제효과”
현재 14살인 2009년생부터는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담배 금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영국 총리실이 밝혔다. 〈사진=EPA/연합뉴스〉
현재 영국의 흡연율은 약 13% 정도. 약 640만 명 정도가 흡연자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중 매년 6만4000명 정도가 흡연 때문에 발생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흡연 때문에 매년 발생하는 국민보건서비스(NHS) 170억 파운드(한화 약 27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국민 건강과 경제적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정부가 강제적으로 개입해 담배를 금지해야 한다는 게 총리실의 입장입니다.
특히 영국 흡연자 5명 중 4명은 20세가 되기 전에 흡연을 시작하고, 그 중독성 때문에 평생 끊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젊은 층의 흡연부터 규제해야 한다는 거죠.
총리실은 흡연 규제 정책이 시행되면 2075년까지 흡연자가 170만 명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보건 의료 분야의 비용 지출을 줄여 약 850억 파운드(139조4000억원)의 경제 효과도 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보건 전문가들과 금연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NHS 잉글랜드 의료책임자 스티븐 포위스 교수는 "흡연은 예방할 수 있는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흡연 없는 세대는 국민의 의료보험 부담을 크게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데보라아노트 영국 금연운동단체 'ASH' 최고 책임자도 "이 정책은 흡연 없는 미래로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더이상 흡연이 출산 전후 아이들의 사망과 성인들의 조기 사망의 주요 원인이 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담배 암시장 우려…뉴질랜드도 “밀수 담배 늘어”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과 함께, 암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죠.
담배 업계는 흡연 규제 정책이 "범죄 조직이 불법적으로 제품을 유통하는 길을 열어주는 부작용이 날 것"이라며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영국보다 앞서 적극적인 담배 규제 정책을 추진한 뉴질랜드에서도 밀수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나옵니다.
뉴질랜드는 2011년 "2025년까지 흡연율을 5%로 낮추겠다"면서 적극적으로 금연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동안 담뱃세와 담뱃값을 꾸준히 올려 지금은 담배 한 갑이 한국 돈으로 3만원 정도에 달하죠.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2008년생부터 담배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담배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또 담배 판매점 수를 현재의 10%까지 줄이기로 했습니다.
강한 규제책에 담배 암시장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자 뉴질랜드 정부도 "최근 몇 년 동안 밀수되는 담배양이 늘었다"면서 "조직적인 범죄 단체가 대규모 밀수에 연루돼 있다는 증거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연초 규제하자 커진 전자담배 시장…“청소년 이용 3배 늘어”
연초 규제로 전자담배 이용이 늘어나자 뉴질랜드 정부는 청소년에 대한 전자담배 판매와 관련해 규제책을 내놨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AP/연합뉴스〉
생각지 못한 부작용도 나타납니다.
현재 뉴질랜드와 영국 정부가 규제하겠다고 나선 건 연초입니다.
그런데 연초를 규제하자 전자담배 시장이 커졌습니다. 늘어나는 전자담배 판매점에, 맛과 향도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전자담배가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BBC 뉴스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10대 청소년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에 3배 늘었습니다.
결국 뉴질랜드 정부는 일회용 저가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학교에서 300m 이내에 전자담배 판매점을 새로 열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또 전자담배에 '딸기 맛', '솜사탕 맛'과 같은 이름도 표시할 수 없도록 규제했죠.
영국 정부도 이번 담배 금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뉴질랜드와 비슷한 전자담배 규제책도 앞으로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티브 바클레이 영국 보건부 장관은 "전자담배의 향 설명을 제한하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포장도 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소매점에서 전자담배가 진열되는 위치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과 멀리 떨어뜨려 놓겠다"고 밝혔습니다.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