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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차역 공습 뒤 민간인 피해 규모 가장 커…EU 외교안보 대표 "유럽은 미국 대체 못해" 지원 촉구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의 한 마을에서 이 마을 출신의 전사한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주민들이 러시아 미사일에 맞아 참변을 당했다. 마을 주민 300명 중 최소 51명이 이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최근 미국 정치 혼란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여 년 만에 핵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로이터>, <AP> 통신, 영국 BBC 방송을 보면 5일(현지시각) 오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한 군인에 대한 추모식이 열린 하르키우 지역 쿠피얀스크의 흐로자 마을에 위치한 카페 및 식료품점을 미사일이 강타해 현장에 있던 60명 중 51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다쳤으며 3명이 실종됐다.

지난해 숨진 해당 군인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드니프로에 일단 묻혔지만 이후 DNA 검사를 통해 신원이 밝혀져 유족에 뜻에 따라 고향인 이 마을에 다시 매장됐다. 미사일은 추모객들이 카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떨어졌고 이 공격으로 추모 대상 군인의 유족인 부인과 아들, 며느리까지 숨졌다고 지역 검사 드미트로 추벤코가 현지 언론에 전했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사망자 전원이 마을 주민으로 이번 공격으로 이 마을 인구 20%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마을엔 전쟁 전 500명이 살고 있었지만 전쟁 뒤 인구가 300명으로 줄었고 그 중 51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6살 남자 어린이까지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이번 공격을 러시아 소행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초기 조사 결과 이번 공격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해 온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다만 BBC는 이를 독립적으로 확인하진 못했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초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코스티안티니우카 시장 공습 관련 자체 조사 결과 러시아 쪽 공격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쪽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통상 민간인 공격에 대해 부인해 왔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번 사건은 6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은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 공습 이후 단일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 지역에 군사 목표물이 없고 오직 민간인만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은 전쟁 초 러시아에 점령된 뒤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 현재도 최전선과의 거리가 40km 가량에 불과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러시아 군인들은 자신들이 어디를 타격하고 있는지 몰랐을 수 없다"며 공격이 "고의적"이라고 규탄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3차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 참석해 유럽의 지속적 지원을 호소했고 유럽 지도자들은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로이터>를 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EU가 2024~2027년 500억 유로(약 71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지원을 계속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겨울 안으로 독일이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추가 공급하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정치 혼란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유럽의 변함 없는 지원은 우크라이나에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그러나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유럽이 미국이 남긴 공백을 메울 수 있겠는가. 유럽은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하원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빠진 임시 예산안이 통과한 데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낙마하며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더구나 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에서 차기 하원의장 후보로 나선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과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 모두 매카시 전 의장보다 우파 성향으로 평가돼 의장석이 메워진 뒤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이 원활히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원의장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조던 위원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5일 유럽정치공동체 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 "정치적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지원 관련 "미국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미국의 지원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를 보면 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남부 소치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회의 연설에서 부레베스트닉 전략순항미사일 최종 시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어 핵탄두 10개 이상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마트 시스템도 거의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1990년 이후 중단된 핵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사했다. 그는 핵실험 재개 요구가 나오고 있다며 "이론적으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철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해당 조약에 서명하고 비준도 했지만 미국은 서명만 하고 비준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실험을 정말로 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말할 준비가 돼 있진 않지만 이론적으로 미국과 똑같이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준 철회가 국가두마(하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1996년 유엔(UN) 총회에서 결의한 핵실험전면금지조약으로 어떠한 규모·형태의 핵폭발 실험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푸틴 대통령 발언 뒤 6일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 국가두마 의장은 "다음 국가두마 회의 때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철회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과 볼로딘 의장의 발언으로 미루어볼 때 러시아의 조약 비준 철회가 거의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5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숨진 이 마을 출신 군인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가 열린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 흐로자 마을의 카페 및 식료품점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져 51명이 숨진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작업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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