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무장세력에 잡힌 인질, 이스라엘 보복공격에 변수되나

by 민들레 posted Oct 0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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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인질 규모·소재 미확인…이스라엘군 공격 제한할수도
네타냐후 총리 '딜레마'…인질-팔레스타인 죄수 교환 논의 가능성 주목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에 맞서 '피의 보복'을 예고한 이스라엘에 인질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정확한 숫자가 확인되지 않은 다수의 이스라엘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대대적 공격을 감행한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혔기 때문이다.

이들 인질은 현재 하마스가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의 인명 피해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면전 수준으로 공격 수위를 높일 경우 이스라엘인 인질들의 안전도 장담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공습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신화=연합뉴스)


인질 수가 그동안 알려진 최소 수십명보다 더 많을 가능성이 큰 것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하마스 고위 인사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8일 아랍어 매체 알가드에 100명 넘는 인질을 붙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무장세력인 이슬라믹 지하드는 30명 이상을 억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질 중에는 군인 이외에 여성, 어린이, 노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자국민 상당수가 인질로 잡혔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 내에서는 초강경 대응 목소리가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연립정부의 실세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하마스의 기습 직후 열린 각료회의에서 "하마스를 잔혹하게 공격하고 인질 문제는 중요하게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있는 모든 곳, 하마스가 숨어있는 모든 곳, 활동하는 모든 곳을 폐허로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인질이 희생됐을 때 받을 정치적 타격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인질들이 억류된 정확한 장소를 파악하지 못한 가운데 전면전으로 갈지, 아니면 인질 안전을 고려한 공격 전략을 짤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세가 되면 남녀 모두에게 일정 기간 군 복무 의무를 지우며 팔레스타인과 대치하는 이스라엘에서 무장세력과의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인질 안전 문제는 민감한 사안이다.

이스라엘군 정보부에서 팔레스타인 부서를 맡았던 마이클 밀스테인은 "인질 문제로 상황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의 활동(공격) 방향과 지역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남부 도시
(신화=연합뉴스)


결국 인질 교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번 공격에서 인질을 끌고 간 것이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의 석방을 이끌려는 목적도 있어서다.

이슬라믹 지하드의 지도자인 지아드 알-나칼라는 팔레스타인이 모두 풀려날 때까지 이스라엘인 인질들을 풀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현재 팔레스타인 죄수가 약 5천250명이라는 관련 단체의 통계가 있다.

하마스 공격으로 실종된 이스라엘 사람들의 가족들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실종자들을 집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과거 인질과 수감자 교환 사례가 있다.

이스라엘은 2011년 팔레스타인 죄수 수백명을 풀어주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5년간 억류한 이스라엘 병사 1명을 돌려보냈다. 2006년에는 팔레스타인 죄수 1천150명과 피랍 이스라엘 병사 3명의 교환 석방이 이뤄졌다.

당시 일각에선 불평등한 교환 석방이라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교환 가능성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칼릴 시카키 팔레스타인 정책조사연구센터 소장은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은 하마스에 엄청난 성과가 될 것"이라며 "이는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의 입지를 강화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힘과 합법성을 더욱 약화할 것"이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이스라엘 헤브루대의 정치학자 가일 탈시르는 이스라엘 정부의 극우 성향을 들면서 "네타냐후 정부는 팔레스타인에 항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어떤 것도 강하게 반대한다"며 "팔레스타인 죄수 석방에 동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는 극단적 대립을 지속하기보다 양측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베이루트에 있는 싱크탱크 카네기중동센터의 모하나드 하지 알리 연구원은 "건물 폭격이나 무장세력 지도자 암살 등 어떤 고통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주든 간에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타격을 주려는 행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이 유일하게 명확한 방법이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