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생명이 또 희생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태국과 네팔 등 힘없는 나라에서 온 청년들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었고, 이번 전쟁에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태국인들의 피해 상황을 태국 현지 매체 보도 등을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되는 태국인 등 청년들 사진. 타왓차이, 통쿤 부부는 오른쪽 동그라미가 아들 낫타폰 언깨우라고 확신한다. 오른쪽 가운데 부분, 길게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총이다. 이 사진을 보도한 태국 매체는 이 총과 청년들의 얼굴을 가렸다. SNS에선 실제 얼굴이 드러난 사진들도 공유되고 있지만, KBS도 자국민들의 안전을 고려한 태국 매체의 보도 태도를 따르기로 한다.(사진 출처 : 태국 NATION)
■ 태국 시골 마을의 부부…‘인질 사진’에서 아들을 보다.
흙바닥이 그대로 노출된 어두운 실내, 젊은 남성 5명이 양손을 뒤로 묶인 채 앉아 있습니다. 그들 앞에는 총구가 겨눠져 있습니다.
SNS로 공유되고 있다는 이 사진, 하마스에 납치된 태국인 등 청년 노동자들이라고 합니다.
태국 나콘파놈에 살고 있는 올해 47살 동갑내기 부부 타왓차이와 통쿤은 가장 오른쪽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청년이 올해 26살 된 자신의 아들, 낫타폰 언깨우라고 확신합니다.
2021년 10월, 이스라엘의 ‘키부츠’(이스라엘의 집단 농업 공동체)에서 일하기 위해 떠난 아들, 페이스북으로 거의 매일 연락을 주고 받았지만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소식이 전해진 이후 소식이 끊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견한 이 사진에서 아들을 봤다는 겁니다.
타왓차이, 통쿤 부부가 취재진에게 아들 낫타폰 언깨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태국 NATION)
■ “아버지의 치료비를 모으던 아들…살아 돌아오기를”
비록 가난했지만 낫타폰 언깨우와 올해 12살 난 딸까지 이렇게 4가족은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일한 적이 있는 아버지, 그래서 역시 이스라엘로 떠난 아들은 가족들을 위해 집을 짓고 차를 사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당뇨병을 고치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다고 합니다.
부부는 마을에 있는 사원을 오가며 아들이 살아오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아들 낫타폰 언깨우의 생사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부모가 취재진에게 전달한 낫타폰 언깨우의 사진. 이 사진을 보도한 매체는 역시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사진 출처 : 태국 NATION)
■ “태국인 12명 사망·8명 부상…11명 인질로 붙잡혀”
어제(9일) 태국 외무부 대변인이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태국인 피해 상황을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1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으며, 11명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겁니다.
(※어제 브리핑 시점 기준으로, 희생자는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위험 지역에 있는 태국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공군 수송기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해외 순방 중인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도 태국인 대피를 위해 모든 외교적 수단을 사용할 것이며 역시 공군 수송기를 준비시켰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그들은 죄가 없고 어떤 갈등과도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어제(9일) 태국 외무부 대변인 깐자나 팟타라촉이 이스라엘에서의 태국인 피해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사진 출처:AP)
하지만 이 같은 대피 작전이 성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이스라엘의 하늘은 사실상 전쟁터로, 공군 수송기 이동이 쉽지 않을 거라고 태국 현지 매체들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 이스라엘 거주 태국인 3만 명…가자지구에 5천 명
태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는 태국인은 3만 명에 이르고,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가자지구에는 약 5천 명의 태국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역시 대부분 낫타폰 언깨우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견뎌 가며 모국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착실히 돈을 모으고 있는 청년들일 겁니다.
(이스라엘 주재 네팔 대사관도 자국인 10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역시 노동자가 상당수라고 합니다.)
30년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주도하던 두 정치인은 ‘평화의 공존’을 다짐(오슬로 협정)했고, 이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은 금세 뒤집혔고 오늘의 전쟁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또 수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단지 돈을 벌기 위해 낯선 땅을 찾아 나선 힘없는 나라의 수많은 청년들, 수많은 낫타폰 언깨우들이 죽고, 다치고, 납치되고 있습니다.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