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관광자원 ‘마리나 베이’ 등
초고가 부동산 단지들 피해 우려
싱가폴 정부 “삶과 죽음의 문제”
730억 달러 투입하는 백년대계 준비
해수면 상승 모델 연구·해일 방벽 신설 검토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에 위치한 5성급 호텔이자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출처=블룸버그]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남아의 대표적인 저지대 국가 싱가포르가 해수면 해수면 상승과 분투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약 500억달러 가치에 달하는 부동산 자산을 지키기 위해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의 두 배가 넘는 싱가포르 국토의 약 3분의 1은 해발 16피트 미만에 위치해 있다. 홍수가 발생하면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을 정도로 저지대에 속한다. 싱가포르 기온은 세계 평균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어 해수면 상승에 따른 위협은 더욱 큰 편이다.
해수면 상승에 싱가포르 내 고급 부동산 단지들은 떨고 있다. 블룸버그가 부동산 회사 CBRE 그룹의 데이터를 사용하여 추정한 자료 따르면 1.5℃의 온난화를 가정할 경우, 싱가포르의 700억 싱가포르 달러(500억 달러) 상당의 주요 부동산이 홍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고급 쇼핑몰과 카지노로 유명한 마리나 베이가 해수면 상승 취약지대에 위치해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싱가포르 기반 DBS 그룹 홀딩스, 영국 기반 스탠다드차타드 등 거대 은행이 입주해 있는 타워 등 부동산 자산들 역시 안심할 수 없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같은 위기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2019년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가 해수면 상승을 막기 위해 향후 100년간 1000억 싱가포르 달러(약 73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을 공약했다. 현재까지 싱가포르 정부는 해안 및 홍수 방지 기금에 50억(36억 달러) 싱가포르 달러를 투입한 상황이다. 리 총리는 자국의 해수면 상승을 두고 “삶과 죽음이 걸린 문제”라고 밝혔다.
싱가포르 해수면 상승을 감시하는 정부 기관인 ‘펍(PUB·Public Utilities Board)’의 부국장 호 차이 텍은 “우리는 한 치의 땅도 영구적으로 잃지 않을 계획”이라며 “싱가포르는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해안 전체를 따라 연속적인 방어선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해수면 상승과의 전쟁’은 다방면에 걸쳐 계속되고 있다. 싱가포르 수문정보학연구소와 싱가포르국립대학교는 PUB과 협력하여 해수면 상승과 강우량이 싱가포르 해안선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2025년에 완료되면 홍수의 예상 깊이와 지속 시간을 기반으로 어느 지역이 가장 취약한지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정부 당국은 이미 싱가포르의 수로에 폭풍 해일 방벽 설치를 고려 중이기도 하다. 이 방벽은 해수면 상승에도 선박이 목적지까지 이동하도록 도와준다. 현재 해안 저수지 제방의 높이를 높이고, 흙더미를 쌓아 올리는 제방을 더 쌓는 조치도 검토 중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또한 창이국제공항에 평균 해수면보다 18피트 높은 고지대에 거대한 추가 터미널을 건설하고 있다. 기업들도 동참하고 있다. 부동산 회사인 시티 디벨롭먼트는 세인트 레지스 싱가포르 호텔, 팔레 르네상스 쇼핑몰, 리퍼블릭 플라자 초고층 빌딩에 방벽과 수위 센서를 설치했다.
열대 지방이라는 특성을 이용, 식생을 활용해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는 이색적인 시도도 돋보인다. 싱가포르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는 줄기와 뿌리가 두꺼워 해수면 상승을 막는 자연 장벽을 형성한다. 싱가포르 내에선 맹그로브 나무를 돌이나 콘크리트로 만든 ‘호안(유수로 인한 파괴와 침식으로부터 제방을 직접 보호하기 위하여 축조하는 구조물)’이라고 하는 다른 장벽과 결합시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