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모든 공립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지급하는 입법을 추진했으나 좌절됐다. 주지사가 예산 부족 문제를 들며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예산 문제로 거부권 행사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가 주의회 상원에서 통과된 '청소년 성 건강: 피임 도구'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캘리포니아의 모든 공립 고등학교(9∼12학년)에서 학생들에게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소매업체가 청소년에게 콘돔 판매를 거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같은 당 소속 캐롤라인 멘지바르 주 상원의원은 "이 법안이 성생활을 하기로 결정한 청소년들이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에서 자신과 파트너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콘돔 사려다 망신" 청소년 단체는 법안 지지
이 법안을 지지한 청소년 사회단체 ‘GENup’은 콘돔을 구입하기 위해 한 고등학생이 약국에 갔지만 나이를 이유로 거절당한 사례와 성병 예방을 위해 콘돔을 사려던 학생이 매장에서 망신당한 사례 그리고 피임약을 살 여유가 없이 임신한 사례 등을 전하면서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뉴섬 주지사는 예산 부족 문제를 들며 해당 법안 서명을 거부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의 재정 적자 규모는 300억달러(약 40조36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섬 주지사는 "콘돔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청소년의 성 건강 개선을 지원하는 데 중요하다"면서도 "공립학교에 예산 지원 없이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주는 지속적인 재정 위험과 세입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과 같이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을 고려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캘리포니아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22∼2023학년도 기준으로 캘리포니아의 공립 고등학교(9∼12학년)에 등록한 전체 학생 수는 약 194만 명으로 집계됐다.
[파이낸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