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려온 지역
수백만명 빈곤 등 생존 위기 악화
지상군 투입 땐 민간인 살상 공포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 정파 하마스와 무력 충돌에 대한 대응으로 가자지구 완벽 봉쇄를 선언하면서 이 지역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우려된다고 영국 BBC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하마스와 교전 사흘째인 이날 남부 베르셰바에 있는 남부군사령부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밝히며 “(이 지역에)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남부 스데로트를 순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하마스는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뒤 2007년 가자지구에서 온건파인 파타 정파를 몰아내고 이곳을 사실상 실효 지배 중이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07년부터 이 지역을 사실상 봉쇄했었다. 이에 따라 소규모 농업과 관광산업을 제외한 산업활동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가자지구는 약 230만명에 달하는 인구 중 60% 가까이가 빈곤에 시달려왔다. 심지어 이동의 자유까지 제한돼 국제 인권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가자지구를 ‘창살 없는 감옥’에 비유하기도 했다.
식량, 연료, 전기 등도 제한적으로만 보급된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이미 2015년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가 오랜 경제 봉쇄와 황폐해진 인프라 등으로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20년에는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봉쇄로 이미 최악이었던 가자지구의 상황이 더 악화될 여지가 커졌다. 자칫하면 부족한 식량과 오염된 식수 등으로 전쟁 피해 이상의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 인도주의 구호단체인 액션에이드의 팔레스타인 책임자인 나딤 자글룰은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따라 2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식량, 전기, 연료가 완전히 차단돼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면서 “이는 재난 지역에서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의 인도주의적 비상사태”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계획 발표에 대해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이제 상황이 기하급수적으로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큰 공포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따른 하마스와의 시가전이다.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동까지 제한된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가 다수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BC방송 등은 가자지구에는 위험을 알려줄 공습 사이렌이나 대피소조차 없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2/0003863149?sid=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