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가져온 소행성 베누 샘플 공개
물·탄소 모두 매우 풍부…태양계 천체, 생명 기원 등 단서 기대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이 지구에 떨어뜨린 캡슐의 모습. 캡슐 안에 소행성 '베누'의 샘플이 담겨있다. 나사는 샘플 초기 분석 결과 물과 탄소의 존재 증거를 확인했다. (사진=나사) *재판매 및 DB 금지
45억살의 소행성 '베누'에 생명체 형성 필수적인 물과 탄소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베누가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 행성의 형성과 생명체의 기원을 파악하기 위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는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존슨우주센터(JSC)에서 베누의 샘플을 공개했다.
베누 샘플을 채취한 '오시리스-렉스' 소행성 탐사선은 지난달 24일 지구에 무사히 돌아왔다. 2016년 9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약 62억㎞를 여행한 끝에 지구에 베누 샘플을 전달했다.
당초 목표는 소행성 물질 60g을 수집해오는 것이었는데, 확인 결과 목표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샘플이 확보됐다. 채취한 샘플 양은 약 250~400g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나사는 "캡슐을 처음 열었을 때 여분의 소행성 물질이 통 내부를 모두 덮고 있었다"며 "여분 물질이 너무 많아서 1차 샘플을 수집하는 과정이 느려졌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나사는 약 2주에 걸쳐 주사전자현미경 관측, 적외선 측정, X선 회절, 화학 원소 분석 등을 활용해 1차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샘플의 내부까지 들여다봤는데, 그 결과 베누에 풍부한 탄소와 물이 있을 것이라는 증거를 확인했다.
베누 샘플에 포함된 점토 광물에는 상당한 양의 물이 함유돼있었고, 광물과 유기 분자 속에 탄소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나사에 따르면 베누 샘플은 그간 나사가 확보한 소행성 샘플 중 탄소량이 가장 많았다.
나사는 풍부한 물과 탄소의 존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라고 봤다. 이를 통해 향후 태양계의 이웃 천체들과 생명의 기원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발견된 탄소 화합물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나사는 이 최초의 발견이 소행성 샘플 분석에 있어서 좋은 징조라고 강조했다. 태양계 형성 과정, 생명체 전구물질이 지구에 나타난 배경 등 과거에 대한 탐구는 물론, 미래 지구와 소행성 충돌을 피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할 지도 파악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사는 앞으로 약 2년에 걸쳐 베누 샘플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 세대를 포함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추가 연구를 위해 샘플의 최소 70% 이상을 존슨우주센터에 지속 보관한다는 방침이다.
나사 외에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캐나다 우주국(CSA)를 비롯한 전 세계 2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베누 샘플 연구를 공동 진행한다. 베누 샘플은 스미소니언 협회, 휴스턴 우주센터, 애리조나대학교 등에 대여돼 공공전시된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오시리스-렉스가 가져온 샘플은 지구로 돌아온 것 중 가장 탄소가 풍부한 소행성 샘플이다. 이는 앞으로 수세대에 걸쳐 과학자들이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조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오시리스와 같은 나사의 임무는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는지 답을 찾는 것을 추구한다. 베누의 샘플이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가 본적 없는 과학은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헀다.
오시리스-렉스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샘플 캡슐만 지구에 떨어뜨린 뒤 소행성 '아포피스'와 2029년 만나기 위해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