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서로 위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후 잔인한 내용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민간인을 향한 총기 난사 장면 등이 여과 없이 유포되면서 학부모 사이에서는 자녀의 SNS 사용을 막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CNN은 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학부모연합회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과 관련한 잔혹한 영상이 올라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자녀의 휴대전화에서 SNS 앱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학부모연합회는 “아이들이 그런 영상을 보게 둘 수는 없다”며 “관련 콘텐츠를 모두 차단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앱을 삭제하자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 이후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이와 관련한 콘텐츠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하마스는 길거리에 놓인 시신의 얼굴을 짓밟는 사진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에게 다시 총격을 가하는 영상을 텔레그램에 올렸다. 이러한 부적절 콘텐츠들은 이용자들의 공유 등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 여성이 12일(현지시간) 가자시티의 한 거리에서 두 아이를 안은 채 이동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저지의 한 학교는 유대인 학교와 함께 학부모에게 자녀의 휴대전화에서 SNS 앱을 비활성화할 것을 촉구했다. 영국의 한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SNS 앱을 삭제하도록 권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의 선임디렉터 그레이엄 브루키는 “하마스가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한 많은 이스라엘인을 생포했기 때문에 끔찍한 사진과 영상이 등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테러 전략의 핵심은 공격뿐 아니라 온라인 공간에서 공포를 선동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며 “현재까지 하마스가 올린 콘텐츠를 봤을 때 이들은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의 건물 위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SNS 업체의 콘텐츠 규제 기준은 제각각이다. 구글의 유튜브와 메타플랫폼(메타)의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은 하마스를 극단주의 단체로 규정하고 있어 하마스에 대한 지지 글을 금지한다. 하마스 관계자는 앱을 이용할 수 없고 이들에 의해 제작된 콘텐츠도 게시할 수 없게 돼 있다. X와 틱톡도 하마스의 앱 이용을 막고 있다. 반면 텔레그램은 콘텐츠 검열을 거의 하지 않는다. 하마스는 텔레그램에서 구독자가 11만명 이상인 계정을 운영한다.
틱톡은 최근 전쟁 관련 콘텐츠 관리 인력을 늘렸으며 폭력적이거나 테러리스트 선전과 관련 있는 해시태그를 막기 시작했다. 메타는 히브리어·아랍어 능통자를 동원해 콘텐츠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