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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인질 ②민간인 학살 ③대리전 우려
IDF "지상군 진격 결정 아직" 발표에도
"헤즈볼라 전쟁도 불사" 교전 의지 그대로

 

12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IDF)의 공습으로 가족을 잃은 팔레스타인인이 머리를 싸매고 통곡하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이 사실상 '버튼 누르기'만 남았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교전 닷새째인 1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야당 지도자들과 전·현직 국방장관들이 참여하는 '전시 내각'을 구성했다. 국력을 전쟁에 총동원하겠다는 선언이다. 약 60km에 이르는 가자지구 국경 장벽 전체를 이스라엘 예비군 약 30만 명과 탱크가 사흘째 에워싸고 작전 개시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지상군 투입 시점은 미국 등 서방 언론의 예상보다는 늦어지고 있다. 하마스 소탕과 압승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약 150명의 인질을 하마스가 인간 방패로 쓸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대거 희생되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는다는 점, 다른 아랍 국가들의 참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걱정하는 지점이다.

다만 이스라엘 희생자가 1,300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분쇄하겠다"는 강경 발언을 이어갔고, 미국은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다. 인구가 약 230만 명인 가자지구에서 시가전이 벌어지면 대량 학살이 벌어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네타냐후 전쟁 역량 불신… 군사 전문가 내각에 추가"

 

11일 이스라엘 예루살렘 총리실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제2야당인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오른쪽) 대표와 전쟁 내각 구성을 알리고 있다. 전쟁 내각에는 이 둘과 요아브 갈란트(왼쪽) 국방장관이 참여한다. 이스라엘 총리실 유튜브 캡처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오브이스라엘과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와 제2야당인 국민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전시 내각을 구성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간츠 대표는 이스라엘군(IDF) 참모총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로, 하마스와도 수차례 전쟁을 치렀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한 네타냐후 연립정부에 불신이 가득한 가운데, 군사 전문가를 참여시켜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네타냐후 극우 연정에 반대하는 제1야당 예시 아티드는 참여하지 않았다.

전시 내각은 하마스 전쟁의 지휘소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는 공동 성명에서 “전쟁과 관련 없는 모든 정부 결정을 중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명확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은 채 "하마스가 이스라엘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어린아이들의 머리에 총을 쐈다"며 교전 의지를 부추겼다.
 

진격 명령 기다리는 지상군… 진격 시점은 아직

 

11일 이스라엘군(IDF) 탱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IDF는 장병들에게 "학살자(하마스)에게 보복할 때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공지했고 10일엔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인들에게 "72시간 동안 사용할 보급품을 챙겨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다만 IDF 대변인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12일 기자회견에서 “IDF는 하마스 고위 지도부 제거에 주력하고 있다”며 "지상군 투입 여부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노약자와 외국인들이 포함된 인질들의 안전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인질들 중 약 97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미국도 미국인 인질들의 안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인질 협상 등을 논의하기 위해 급파한 블링컨 국무장관도 12일 이스라엘에 도착했으며, 네타냐후 총리와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잇달아 만난다.

미국 CNN방송은 “바이든 정부가 인질 석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뜻”이라며 “가자지구에 갇혀 있는 주민과 외국인들을 인접한 이집트로 피신시키기 위한 회담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집트는 "가자지구 국경 안에서 해결하라"고 일축했다.
 

토니 블링컨(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공항에서 엘리 코헨(왼쪽) 이스라엘 외무장관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헤즈볼라·시리아 확전 감수할까…



지상군 투입의 득실도 불분명하다. 가자지구는 지형이 특수하고 약 483㎢에 달하는 하마스의 지하터널이 얽혀 있어서 IDF가 불리하다. 이스라엘에게 '대형 함정'이 될 수 있다. 하마스보다 과격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면 참전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시리아도 이스라엘과 포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군 탱크가 11일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접경 갈릴리 지역에 주둔해 있다. 갈릴리=AFP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가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려 있는 만큼 확전을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그의 측근인 마크 레게브 라이흐만대 아바 에반 연구소장은 영국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이스라엘은 두 개의 전선(하마스와 헤즈볼라)에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 역시 “(미국은) 이스라엘이 앞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지상군 투입을 묵인했다.

한편 지난 7일부터 지속된 교전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2,500명(이스라엘 1,300명·팔레스타인 1,200명)을 넘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대변인은 “이전엔 최소 30분이라도 이스라엘의 공습이 멈추는 시간이 있었지만 최근엔 단 1분도 멈추지 않아 통계를 내기 힘들 정도로 사상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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