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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反) 이스라엘 수사 외 직접 개입 꺼려
“이란,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 지연 목표 이미 달성”
아랍 국가들, 반정부 분위기, 경제난에 몸사려

 

지난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이 전해지자 한 쿠웨이트 시민이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AFP]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양측의 교전이 1주일에 접어드는 가운데, 민간인의 대량 희생이 우려되는 가자지구 지상전이 임박했음에도 아랍국가들은 하마스의 지원 요청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과 헤즈볼라도 이스라엘과의 전면적인 전쟁에 돌입하는 것은 피하고 있는 만큼 ‘제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든 아랍과 이슬람 국가의 우리 동포들, 총을 가진 사람을 누구나 꺼내야 할 날이 왔다. 총이 업다면 칼, 손도끼, 화염병을 들어라.”

하마스의 군사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는 이스라엘 기습공격 직후 발표된 성명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러나 그의 호소에 대해 응답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경찰이 이스라엘 관광객 2명과 가이드가 총격으로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고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에 산발적인 전투가 벌어졌지만 아랍 국가들 중 정부가 직접 나서 이스라엘에 물리적 공격을 가한 경우는 없었다. 오로지 수사적인 비난만 이스라엘에 가했을 뿐이다.

중동 문제를 오랜 기간 연구해 온 케네스 폴락 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포린어페어스(FA)에 “이번 사태가 아랍국가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황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이한’ 후보로 이란과 헤즈볼라를 꼽으면서도 “둘 다 이미 이스라엘과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이란과 헤즈볼라가 하마스의 초기 공격에 참여하지 않은 사실 자체가 이스라엘이 가장 취약하고 방어할 능력이 가장 약한 시기를 노려 싸울 생각이 없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그는 “양측 모두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 수위를 억제하길 원할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공격은 북부 전선을 암시해 이스라엘의 작전을 복잡하게 하는 정도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확전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이익에 반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란의 신정 정궈은 이미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만큼 빈사상태의 경제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란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면 이스라엘의 첩보기관 모사드가 테헤란에서 암살과 방해 공작을 감행해 왔으며 이란의 대리인인 시리아 역시 현재 로켓, 드론, 미사일 수가 제한돼 이스라엘을 공격할 능력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이란은 이미 하마스의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가 지연된 것만으로도 이익을 얻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0년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로 이스라엘은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과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관계 개선에 나서던 중이다.

헤즈볼라의 경”우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당시 최대 1400명의 사상자를 내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이후 이스라엘이 군대를 개혁해 2010년 이후 가자지구를 상대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작전을 수행한 것을 지켜봐온 만큼 쉽게 공격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란, 레바논(헤즈볼라), 시리아와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소위 ‘저항의 축’을 구성하고 있는 이라크, 예멘 등 아랍 인접국 역시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의 선전을 기원하면서도 직접적인 개입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지는 “아랍 국가 정부 중 일부는 이스라엘과 공식적으로 평화협정을 맺었거나 평화를 고려하고 있고 시위대가 자신의 정부에 등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반(反)이스라엘 시위마저 진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절대 왕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걸프 국가들은 이슬람 혁명을 수출하려는 이란의 움직임에 위협을 느껴왔다. 이란에 일정 정도 지원을 받아온 하마스와의 관계도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이 동지중해에 2개의 항모 전단을 배치하며 이들의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모든 행위자에 그러지 말 것을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반정부 분위기를 억제하고 부패 혐의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확전을 택할 수 있지만 이스라엘 인의 희생이 커질 경우 더 큰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폴락 연구원은 “현재의 분쟁에 기름을 부을 수 있는 행위자들은 모두 확대를 피해야 할 강력한 이유가 있다”며 “새로운 전쟁이 끔찍하긴 하지만 중동 지역 전체를 집어삼킬 전쟁으로 폭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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