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무렵 냉장고 문를 열어 사과를 손에 들었다가 내려놓은 경험이 한 두번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들은 '아침 사과는 약, 저녁 사과는 독'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각인된 탓이다. '내일 아침에 먹어야지'라고 생각했다가 다음날 저녁이 돼서야 다시 냉장고 속의 사과를 발견하는 일이 반복된다.
속설에 따르면 '아침 사과'에 대한 평가는 찬양일색이다. 누구는 '금사과'라고 하고 누구는 '산삼'이라고 한다. 반면 '저녁 사과', 혹은 '밤 사과'는 나이트메어다. 오죽했으면 타린이라는 싱어송라이터는 밤사과(Night Apple)라는 곡에서 "밤사과를 먹으면 빨갛게 되는 꿈을 꾼다"며 무서워했을까.
실제 밤사과는 몸에 나쁠까. 결론부터 말하면 건강한 사람은 언제 먹더라도 몸에 나쁘지 않다. 신맛을 내는 유기산은 위 활동을 촉진시켜주고 식이섬유 중 하나인 펙틴도 풍부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다만 소화기관이 약하면 밤보다는 아침이 낫다.
사과의 붉은색을 만드는 폴리페놀은 항암 효과가 뛰어나다. 장내에 항암물질 생산을 도와 종양이 성장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항노화 효과도 있어 피부의 주름 생성을 지연시키고 탄력있고 윤기있게 만들어준다. 충치 예방효과도 있다. 치아에 있는 플라크를 제거해주고 입속 세균 증식을 감소시켜주기도 한다.
사과는 껍질에 많은 영양성분이 있다. 폴리페놀 외에도 트리터페노이드라는 성분은 항산화 성분으로 각종 암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쿼르세틴 성분은 혈관 염증을 억제해 폐질환이나 심장질환 발병률을 낮춰준다. 이런 이유로 'An apple a day keeps the doctor away'(하루 사과 1개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라는 미국 속담이 있을 정도다.
밤에 먹는 사과는 위액을 과다하게 배출해 배를 불편하게 하고, 장운동을 촉진해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있지만 건강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맛이 산성이 아닌 중알칼리성인 까닭이다. 밤사과의 위험성보단 야식처럼 밤에 먹는 음식이 문제다. 야식먹는 습관은 자기 전 위액분비를 늘려 소화불량이나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사과는 대부분 일본 품종이다. 2010년 이후 신품종 사과가 대거 유입됐다. 윤석열 후보 '개사과' 논란으로 유명세를 탄 사과는 시나노 골드(인도 사과)라는 품종이다. 노란 빛깔을 띄기 때문에 '황금사과'로도 불린다. 감홍, 알프스오토메와 함께 인기를 끌었다. 껍질이 얇고 누렇게 변하는 갈변현상이 느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좋은 사과를 고르는 방법은 착색이 고르고 밝은 느낌을 주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는 것이 좋다. 꼭지가 푸르고 물기가 있으면 좋은 사과다. 반면 표면이 주름이 졌거나 표피에 끈끈함이 느껴지면 노화된 상품이다. 사과는 과일을 성숙시키는 호르몬인 에틸렌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보관할 때 익은 과일과 함께 두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