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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국회의사당대로 가득 메워... "교권 4법으로 부족, '정서적 학대 조항' 구체화해야"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가 전국교사일동 주최로 열렸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복건우


 
"교권보호 4법에 따라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해도, 그것에 대한 이해는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다릅니다. 4법만으로는 교사를 향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수 없습니다. 악성 민원과 무고성 고소·고발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합니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북 초등교사 A씨의 사례를 듣자 대로를 가득 메운 교사들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현장에서 대독된 발언문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쉬는 시간 아이들과 어깨를 주무르며 노는 과정에서 옆자리 4학년 여학생의 어깨를 주물러 멍이 들게 했다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당했다. 이후 학부모가 신문사에 제보한 사진을 보고 주무르지도 않은 부위에 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학부모는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니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했고 A씨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수차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신고 5개월 만에 전북인권센터와 교육청에서 '아동학대 없음' 판단이 나왔지만, 시청 아동학대예방 소위원회에서는 '아동학대 있음'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큰 압박감과 고통을 느낀 A씨는 "그동안 선생님들이 아동학대 사건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도 지자체에서 아동학대로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선생님들이 악성 민원과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법이 선생님들을 지켜줘야 한다"라고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 40분까지 국회의사당 앞에서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가 전국교사일동 주최로 열렸다. 지난달 '교권보호 4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으나, 교사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며 아동복지법 내 정서적 학대를 규정하는 조항이 개정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학교폭력 업무 이관과 교육부에 대한 국회의 국정감사도 함께 촉구했다.

검은 옷을 입은 교사들은 국회 앞부터 여의도공원까지 줄을 지어 앉아 '고소 남발 아동복지법 전면 개정 촉구한다', '대통령의 이관 약속 실현 방안 마련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9월 16일 집회에 이어 한 달 만이다.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교육부도 공범이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복건우


"교사들의 안전할 권리... 아동복지법 제17조 개정해야"

이날 발언자로 나선 22년 차 전남 초등교사 B씨는 "동료 교사를 잃고 슬픔에 잠긴 교사들의 눈물마저 징계의 칼날로 베겠다고 겁박하는 등 교육부의 대응은 아직도 미숙하다"라며 "그동안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교사를 보호하긴커녕 추가적인 업무 부담과 교사·행정직·공무직 간 이간질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의 호소는 정당한 교육 활동에서 부당한 처벌을 받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달라는 것"이라며 "일부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고소로 교사의 교육 활동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 수만 명의 선생님과 학부모들께서는 국회를 향해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함께 목소리를 내달라"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20년 차 교사 문수경(43)씨는 "교사의 교육활동이 정서적 학대로 오인돼 아동학대 신고가 무분별하게 악용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교사들이 주어진 권한보다 너무나 많은 책임을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부모의 선의에 기대지 않고 교사들이 안전하게 교육할 수 있는 판을 새로 짜기 위해서는 아동복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교사들은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교권보호 4법 개정안(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만으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을 수 없다며, '정서적 학대'의 범위를 넓고 모호하게 규정하는 아동복지법 제17조를 개정 및 구체화해야 교사들이 무고성 신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서적 학대를 모호하게 규정하는 아동복지법 제17조가 문제의 원인인 만큼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한 교권보호 4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4법에 해당하지 않는 보육 기관 종사자, 소아청소년과 종사자, 사회복지사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고 있다. 보육, 의료, 복지 영역을 포함해 모두를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는 지난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현장 교원 간담회에서 아동복지법 개정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교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간담회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학교폭력 업무 이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하고 관계부처 논의를 추진하라며 후속 대책을 촉구했다.

'특수교사 아동학대 사건' 변호를 맡고 있는 전현민 변호사는 이날 "아동복지법 내 정서적 학대 조항은 교사에게 지나치게 불평등한 조항"이라며 "여전히 학부모는 교사를 정서적 학대죄로 쉽게 고소할 수 있는 반면 교사는 고소당할 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고소로 인한 직위해제와 불명예 퇴직은 교사에게 사회적 사형 선고와도 같다"고 했다.

이어 "교권보호 4법 개정으로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학부모가 정당하지 않은 교육활동을 주장하며 형사고소를 할 때 이를 교사가 막을 방법은 없다"라며 "아동복지법 개정은 교사에게 특권을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교육현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국회 복지위원회 여야 간사(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지난 9월 각각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금지하는 제17조에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서는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추가했다. 두 개정안은 현재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다.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10·14 공교육 정상화 입법 촉구 집회'에서 교사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교사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열린 열 번째 집회로 주최 측은 오후 3시 기준 3만여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 복건우


"호원초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 순직 인정을"

이날 집회에선 경기 의정부 호원초 사망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호원초에서 근무하던 김은지·이영승 교사는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2021년 6월과 12월 각각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은 학부모 민원으로 고통을 겪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호원초 사망 교사 유족을 대리하는 이정민 변호사는 "우리는 일에 치여 고통스러워하던 선생님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그 원인이 업무와 사회에 있었다는 사실에서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며 "두 선생님의 안타까운 죽음이 재해로 인한 사망, 즉 순직이라는 점을 부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교사는 학생을 기르고 국가를 세우는 주춧돌과 같은 존재"라며 "두 선생님의 죽음이 앞으로 안타까운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초석이 되길 바란다. 교사에 대한 존중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 역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사들은 오는 11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하는 11차 전국교사집회를 예고했다. 집회는 오는 28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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