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최모씨(23)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는 피하게 된다고 밝혔다. 최씨는 아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와도 '문자 부탁드립니다'라는 문자로 자동응답을 하고, 전화는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상대방이) 무슨 용무로 전화하는지를 모르지 않나"라며 "채팅앱이나 문자로 연락을 주고 받으면 대답하기 전에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전화는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서 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콜 포비아(call phobia·통화 공포증)'란 전화와 공포증의 합성어로, 전화 통화할 때마다 긴장·압박 등 불편을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전화 통화 자체를 불편으로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통화가 불편해 미리 읽을 내용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다. 2년차 직장인 윤모씨(27)는 거래처와 전화할 일이 생길 땐 내용과 말투를 문서에 정리해 읽으면서 통화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직장 특성상 전화할 일이 많은데, 먼저 걸 때는 이렇게 준비라도 할 수 있지만 전화가 걸려올 때는 긴장을 많이 한 채로 받는 편"이라며 "문자가 훨씬 편하다"고 밝혔다. 윤씨는 "메일이나 메신저같이 글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은 따로 메모할 필요도 없다"면서 "또 내용을 하나 빠뜨리더라도 다시 전화 걸었다가 엇갈리고 기다리는 것보단 메시지 한 통 보내놓는 것이 서로 편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 같은 콜 포비아 현상은 성인 2명 중 1명 이상이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5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1%가 '콜 포비아를 느낀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9년 46.5% 대비 6.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이같은 현상을 겪는 이들도 있다. 서울에서 홀로 자취를 하고 있는 김모씨(26)는 "집에서 음식 배달을 시킬 때도 배달앱을 이용해서 시키고, 전화 주문만 해야 하는 곳은 이용하지 않게 된다"며 "옵션을 고를 때나 요청사항을 고민해보고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콜 포비아를 겪는다는 응답자들은 '전화보다 메신저 앱, 문자 등 비대면 의사소통에 익숙해져서'(58.2%) 등을 이유로 꼽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 및 플랫폼을 이용한 소통은 더욱 익숙해졌다.
이외에도 키오스크나 셀프계산대 등 비대면 결제가 익숙해진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직장인 이모씨(28)는 "식당에 가더라도 테이블에 키오스크나 패드가 있으면 훨씬 편하다"며 "점원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마트에서도 거의 일반계산대 말고 셀프계산대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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