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터널 이용해 무기와 지휘시설 등 숨겨
가자지구에 거미줄처럼 뻗어…파악 쉽지 않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인한 사상자가 1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건설해놓은 비밀 터널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하마스의 전력은 이스라엘의 군사력에 비할 비가 아니지만, 비밀 터널이라는 특이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인구가 밀집한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래 수년간 비밀 터널을 이용해 무기와 지휘 시설, 전투기 등을 은닉해왔다. 현재 하마스가 감금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 150여명도 이 터널에 있다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터널의 깊이는 35m에 달하며 철로와 통신실도 갖추고 있다. 또 탐지를 피하기 위해 주택과 같은 주거용 건물이나 학교, 기타 공공건물 맨 아래층에 입구를 뒀다. 시간이 지나 터널 안에서 전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시설은 더욱 정교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북한으로부터 터널 건설 기술을 전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얀마 군부 등에 터널 건설 기술과 장비, 인력을 수출한 바 있으며 오랜 기간 하마스에 군사 지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 설치된 비밀 터널로 무기를 운반 중인 하마스 대원들 [이미지 출처=X(구 트위터) 캡처]
이스라엘이 ‘가자 지하철’(Gaza Metro)이라고 부르는 이 터널 망은 규모 파악이 쉽지 않다. 크지 않은 가자지구 땅 아래에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2013년 이스라엘 당국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가자지구를 조사한 결과 이스라엘 키부츠 근처로 이어지는 비밀 터널을 발견했다. 터널의 지붕과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고 길이는 1.6㎞, 깊이는 18m에 달했다.
이어 2014년에는 이스라엘군이 하마스가 구축한 30여개의 터널 네트워크를 확인했는데, 구조나 배치 형태 등이 비무장지대에서 발견된 북한의 땅굴과 흡사하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2021년 분쟁 이후 폭격으로 가자지구 비밀 터널 100㎞ 이상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 터널 망이 500㎞에 달하며 피해를 입은 부분은 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13일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통보했다. 이는 사실상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군은 수년간 땅굴과 함정을 준비한 하마스와 시가전을 벌여야 한다”며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한 하마스가 지상 작전에서도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