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안하는 나라 일본②
61년 만의 백화점 파업에 테넌트·지자체 모두 지지
새 주주, 전자대리점 융합 전략에 "백화점도 아니다"
대주주 교체 강행에 파업 1일로 끝났지만
日사회 "임금이 아니라 매각 반대로 파업?" 충격
파업 안하는 나라 일본①에서 계속 일본에서 61년 만의 백화점 파업이 이토록 주목 받는 이유는 전환점을 맞은 일본 사회와 경제의 변화가 이날 하루에 만화경처럼 응축돼 있기 때문이다.
파업의 발단은 소고·세이부 백화점의 매각이었다. 소고·세이부 대주주는 일본 최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다. 세븐일레븐의 지주회사인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작년 2월 소고·세이부를 미국 사모펀드(PEF) 운영사인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인수가격은 2500억엔(약 2조2518억원)이었다.
올해 2월1일 소고·세이부의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노조와 토지 소유권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매각 일정이 두 차례나 연기 됐다. 이 바람에 인수 가격이 2500억엔에서 2200억엔으로 300엔 떨어졌다. 세븐앤아이 입장에선 3000억원 가까이 손해를 본 셈이다.
PEF는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내는 투자회사다. 포트리스는 소고·세이부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일본 3위 전자제품 전문 대리점인 요도바시카메라와 손 잡았다.
세이부 이케부쿠로 본점의 절반 가량에 요도바시 매장을 입점시키기로 했다. 이케부쿠로 본점을 백화점이면서 전자제품에 특화한 전문점으로 변신시켜 수익성을 높이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백화점 직원들과 테넌트(임대 매장)는 물론이고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가 아닌 지역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까지 맹렬하게 반발했다.
직원 입장에서는 정리해고를 걱정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케부쿠로 본점의 절반 가량이 요도바시카메라의 매장으로 변신하면 그만큼 인력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이부 이케부쿠로 본점에는 루이뷔통, 에르메스, 구치 등 명품 브랜드가 테넌트로 입주해 있다. 이들도 포트리스의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매장 절반이 요도바시카메라인 세이부 이케부쿠로 본점은 전자 양판점이지 더 이상 백화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이케부쿠로 본점이 속한 지자체인 도시마구청과 지역 주민들도 백화점이 양판점으로 전락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노조의 요구사항도 고용유지와 함께 ‘백화점 영업 계속’이 포함돼 있었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세븐앤아이홀딩스는 같은 날 임시 이사회를 열어 소고세이부의 매각을 완료했다. 9월1일 소고·세이부의 대주주는 포트리스로 변경됐고, 세이부 이케부쿠로 본점은 영업을 재개했다. 이상이 61년 만의 백화점 파업의 전말이다.
61년 만의 파업이라는 점 외에도 소고·세이부의 파업은 회사 매각에 반대한다는 이유, 구체적으로는 회사를 매각하는 오너에게 매각 이후의 고용을 보장해 달라며 파업을 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색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일본에서 파업은 임금인상이나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다.
다른 나라에서는 회사 매각으로 일자리가 불안하게 된 직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일이 흔한 풍경이다. 일본보다 PEF에 의한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한 한국만 하더라도 회사 매각 결정과 노조의 단체행동은 거의 정해진 수순처럼 이어진다.
회사를 파는 기업도, 사는 PEF도 계약서에 '기존 종업원의 고용을 3~5년간 보장한다'는 사항을 넣는게 보통이다. 한국에는 위로금이란 독특한 문화도 있다. 대주주가 바뀌면서 직원들이 받은 충격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지급하는 보너스다.
이 때문에 PEF에 인수 당한 회사 직원들이 오히려 M&A를 반기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임원들은 갈리겠지만 일반 직원들은 PEF가 인수할 때 한 번, 몇 년 뒤 되팔 때 또 한 번까지 위로금을 두 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 안하는 나라 일본③으로 이어집니다.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