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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전쟁' 장기화 시 서방 지원 약화 우려 
미약한 전장 성과... 러, 겨울 공세 가능성 커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손을 입가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16일(현지시간)로 6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전쟁을 끝낼 해법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로선 눈에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전선'에도 직면했다. 영토 수복을 위해 지난 6월부터 전개한 대반격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까지 터진 탓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수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한다거나, 주변국으로 확산하면 우크라이나를 든든히 지원해 온 미국의 군사외교적 무게 추가 중동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러시아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무관심'과도 싸워야 하는 국면을 맞은 셈이다.
 

성과 미약한 전장... "발전소 등 공격 많아질 것"



1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장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우크라이나 요새인 아우디우카 등에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비탈리 바라바시 아우디우카 시장은 전날 "지난주 중반에는 러시아가 하루 최대 60건의 공격을 했지만, 지난 24시간 동안에는 15건 정도로 줄었다"며 러시아군 공세가 약화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주도권을 쥔 상황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5일 아우디우카 등을 거론하며 "거의 대부분 지역, 꽤 넓은 면적에서 우리 군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다가오는 겨울도 우크라이나엔 악재다. 기온이 떨어지면 병사들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는 데다, 러시아가 발전소 등 기반시설을 공격해 민간인 피해를 키우려 할 가능성도 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일 러시아가 남부 헤르손 등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한때 전기와 물 공급이 중단됐다면서 "겨울이 다가올수록 이런 공격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6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 최전선에서 군사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도네츠크=EPA 연합뉴스
 

"젤렌스키, 이스라엘 방문 타진"... 우크라 우려 방증



게다가 우크라이나가 '더 강력한 지원'을 서방에 요구하던 와중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는 초대형 변수가 발생했다. 특히 하마스 편을 드는 이란, 헤즈볼라(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등이 직접 개입하면 국제사회의 관심은 '중동 전쟁'으로 급속히 쏠릴 공산이 크다. 미국 등 서방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하느라 우크라이나 지원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 국장은 현지 언론 우크라인스카프라우다에 "(중동) 전쟁이 몇 주 안에 끝나면 걱정할 게 없지만, 상황이 지속되면 우리에 대한 무기 지원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신호를 보낸 적은 없다. 최대 지원국인 미국도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모두 지원할 수 있다"(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고 자신한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의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와이넷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의 12일 이스라엘 방문에 동행을 요청했는데, 이는 국제사회 관심을 붙잡아 두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를 하마스에 빗대며 "우크라이나에도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계속된 지원을 호소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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