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51) 화웨이 순환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헤럴드경제DB]
미국의 반도체 규제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화웨이가 부활 신호탄을 쐈다. 중국의 남다른 ‘아이폰 사랑’ 분위기 속에서도 애플을 앞지르고 중국 시장 점유율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애플의 신작인 ‘아이폰15’ 시리즈 출시로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화웨이가 이례적으로 거둔 성과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7일 시장분석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화웨이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화웨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9.2%에 불과했다. 역대 최대 분기 점유율을 달성한 1위 애플(19.9%)에 크게 뒤처진 것은 물론 중국 업체인 비보(17,7%), 아너(14.6%) 등에게도 밀렸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맏형’인 화웨이로서는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
중국 상하이 시내 화웨이 매장에서 고객이 메이트 60 프로 스마트폰을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
화웨이가 1위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은 3년여 만이다. 지난 8월 미국 제재를 뚫고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메이트 60’를 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신제품에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 생산) 업체인 SMIC가 자체 생산한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급 반도체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기술 자립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인들이 ‘애국 소비’에 나서면서 중국 내 화웨이 스마트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중국 정부까지 국영기업 직원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령을 내리면서 화웨이에 힘을 실었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화웨이의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65% 늘어난 38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출하량은 6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앞서 화웨이는 2019년부터 스마트폰 사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TSMC가 화웨이와 거래를 끊으면서 5G 칩이 바닥났다. 화웨이는 한 세대 뒤처진 4G 제품으로 연명해야 했고, 곧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려났다. 2020년까지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20%를 차지했던 화웨이의 점유율은 지난해 2%까지 급감했다.
멍완저우(51) 화웨이 순환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로이터]
화웨이의 화려한 부활을 이끈 주역은 멍완저우(51) 화웨이 순환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캐나다에서 가택 연금된 지 3년 만에 석방된 후 중국에서 ‘항미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화웨이를 창업한 런정페이(79) 최고경영자(CEO)의 장녀로 화웨이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멍완저우 순환회장은 직원들에게 통 큰 선물을 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지난해 4월 신임 순환 회장으로 선임돼 승진하자마자 화웨이 주식을 보유한 우리사주 직원 13만명에게 우리 돈으로 1인당 평균 1억원에 가까운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어 올해에도 직원 1인당 평균 1억원을 추가로 줬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