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접경지에 집결한 이스라엘 탱크와 군인들. 탱크들 위로 철제 보호 장치가 설치돼 있다. [로이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무장 충돌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앞두고 탱크에 특별한 보호 장치를 설치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가자지구 접경지에서 포착된 이스라엘 메르카바 탱크에는 커다란 닭장 같은 철제 구조물이 포탑에 설치돼 있다.
WP는 이것이 탱크를 공격하려는 무인기(드론)을 막을 수 있는 ‘보호 철창’(Cope cage)이라고 설명했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을 급습한 뒤 공격용 드론을 이스라엘 군인과 전차 공격 등에 활용해왔다. 만약 이스라엘 탱크가 지상전을 위해 가자지구에 들어가면 드론 공격은 한층 거셀 것으로 보인다.
육군 전력의 핵심인 탱크에 대응한 드론 공격의 효과는 이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입증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러시아 탱크 위로 날려 폭탄을 투하하거나 열려진 해치 사이로 정확히 떨어뜨려 무력화했다. 이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러시아는 고육지책으로 보호 철창을 고안했다.
철창 덕분에 드론이 떨어뜨린 소형 폭탄은 탱크에 닿기 전에 튕겨져 나가거나 철창에 부딪힌 순간 터져 탱크 자체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방어 효과가 입증되자 이스라엘군이 지상전을 앞두고 이를 차용한 것이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마크 캔시언 연구원은 “보호 철창 같은 구조물이 전쟁에 투입된 전차의 표준이 될 것인지 매우 주목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 철창 탓에 탱크 무게만 더해져 기동성이 떨어지고 눈에 더 잘 띄게 해 공격 받기 쉽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가자지구 내 건물 위에서 탱크를 향해 로켓 추진 수류탄 같은 무기를 쏘면 철창은 아무 소용이 없다.
또 더 작고 기동성은 향상된 일인칭 시점 드론이 개발·보급되면서 보호 철창의 쓸모가 덜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하마스가 개량된 드론을 보유하고 운용 기술을 습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드론 전문가 사무엘 벤뎃은 WP에 “보호 장치를 제대로 설치하면 전차가 큰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지만, 그 효과는 공격에 사용하는 드론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