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전 준비 마쳤으나 인질 안전 우려로 주춤
미 등 서방의 지상전 신중론도 즉시 전개 변수
하마스 "들어오면 한번도 못 본 지옥 경험할 것"
가장 큰 피해자는 북부에 남은 110만 민간인들
재앙 멈추기 위해 피아 떠나 지구적 노력 필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지상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섰다. 그러나 전투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하 터널 속의 하마스 게릴라들이다. 누가 승리하던 간에 전 세계는 참혹한 민간인 희생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출구전략 찾기가 어느때보다 화급해 보인다.
◆명령만 기다리는 이스라엘군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제거를 위한 지상전이 임박했다고 예고해 왔다. 지상작전을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했으며 정부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의 한 기지에 가자지구 축소판인 '리틀 가자'(Little Gaza)를 만들어 놓고 지상전 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 곳에는 8층짜리 건물을 포함해 학교, 판잣집 등 600개의 구조물이 세워져 있다. 하마스의 비밀 요새로 알려진 지하도를 비롯해 모스크, 시장 등도 비슷하게 구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면적 지상작전은 시작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요인들이 작전을 지연시키고 있다. 하마스가 억류 중인 200명 이상의 인질들, 레바논 남부의 반(反)이스라엘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전쟁에 개입할 우려, 미국 등 서방의 압력 등이 작전 개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하고 하마스 공격에 대응할 권리를 계속 지지하면서도 인질 구출이 우선이라며 지상전을 연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지상 침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 정부와 군 지도자들의 발언이나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보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은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습만으로는 하마스를 뿌리채 뽑는 것은 불가능해 지상군 투입은 불가피하다. 지상전을 늦출수록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게 된다는 점도 지상전을 더 이상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생업을 제쳐둔 채 동원된 예비군을 언제까지고 병영에 붙잡아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에 탱크와 보병 등을 진입시켜 비교적 대규모 심야 공격을 가한 뒤 철수한 것은 지상전 돌입 수순에 들어갔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군은 인질들의 행방 파악이 끝나면 지상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수부대를 먼저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 터널'과 '인간 방패'는 큰 장애물
양측의 전력을 보면 이스라엘이 압도적 우위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섬멸 작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들어온다면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단 것들을 만나고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가자지구 전역에 만들어 놓은 지하 터널이 지상전 최대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하마스 게릴라들은 터널 안에서 이스라엘군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터널은 복잡하고 강력한 방어망이다. 터널은 광범위하고 좁고 구불구불해 악명이 높다. 총길이 약 250∼500km로 추정되는 터널에 일단 들어가면 방향과 시간에 대한 감각이 빠르게 사라진다. 터널 내부에는 산소가 부족해 산소 마스크나 방독면 등에 의존해야 한다. 야간투시경도 작동하지 않으며 군인들 간의 의사소통도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터널 입구마다 하마스가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은 이스라엘군에는 큰 위험 요소다.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경험해 본 참전군인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이 터널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스라엘군은 일단 소형 로봇, 지표 투과 레이더 등 다양한 특수장비를 이용해 터널 내부구조를 파악한 뒤 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터널을 모두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욱이 인질까지 잡혀있다. 인질들은 '인간 방패'로 활용될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스라엘군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할지라도 몇 달 안에 하마스를 완전히 쓸어버릴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난민 되느니 여기서 죽겠다"는 주민들
이번 전쟁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민간인 피해 확산이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예고하며 가지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지만 주민 수십만명은 피란을 거부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 인구는 약 110만명이다. 이미 약 70만명이 남쪽으로 이주했다. 나머지는 남아 있다.
75년 전 이스라엘에 삶의 터전을 빼앗겨 쫓겨났던 역사를 반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1948년 제1차 중동전쟁 당시 팔레스타인인 최소 72만명이 고향에서 쫓겨나 난민으로 전락했던 '나크바'(대재앙)가 재현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의 열악한 환경도 이들이 피란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스라엘은 남부 일대를 안전지대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곳에도 공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또 피란민 수십만명이 몰려들면서 식수와 식량, 대피소가 극도로 부족해 일부는 다시 북부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피란에 드는 비용이 폭등한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남쪽으로 가려면 차를 불러야 한다. 전쟁 전에는 1인당 3달러(약 4100원)를 받던 운전기사들이 지금은 200달러(약 27만2000원)에서 최고 300달러(약 40만8000원)까지 요구한다. 무려 100배나 폭등했다. 주민들은 "먹을 것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떠날 돈이 이디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나
이스라엘은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지만 장기전 양상도 배제할 수 없다. 장기전이 된다면 민간인 희생은 커질 것이다. 희생자 대부분은 평범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될 것이다. 지금도 뉴스를 통해 그 참상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와 아이들이다. 일가족이 몰살되는 경우도 많다. 통곡의 울음소리와 애도의 조종(弔鍾) 소리가 온 거리에 비극적으로 울려퍼질 것이다.
재앙을 멈추기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는 것을 방지하면서 전쟁 확산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즉각적인 휴전이 해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행동해야 한다.
여기서 미국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 전쟁은 미국의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휴전 중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평화 외교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이스라엘 역시 신중해져야 한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지구상에서 쓸어버릴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전쟁이 확대되면 최악의 경우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도 끝장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논설위원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