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센주와 바이에른주 지방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AfD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었다. AfD의 강력한 이민 제한 정책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0%를 넘었다.
10월8일 독일 극우 정당 AfD의 당대표 알리체 바이델(왼쪽)이 헤센주 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기뻐하고 있다. ©REUTERS
10월8일 독일의 헤센주와 바이에른주에서 주 의회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연방정부 여당인 사민당·녹색당·자민당의 ‘신호등 연정’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가 있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옛 동독 지역을 넘어 옛 서독 지역 역시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신호등 연정의 참패와 AfD의 승리였다. 선거 결과는 유권자의 우경화 경향을 보여줬다. 이 지역에서 강세를 보여온 기민당·기사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1위를 해 집권을 이어가게 됐다.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민당은 헤센과 바이에른 모두에서 역대 최저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민당은 헤센에서 직전 선거보다 4.7%포인트 낮은 15.1%를 득표해 3위를, 바이에른에서는 1.3%포인트 낮은 8.4% 득표율로 5위를 기록했다. 녹색당은 헤센에서 직전 선거보다 5%포인트 낮은 14.8% 득표율로 3위를, 바이에른에서는 3.2%포인트 낮은 14.8%를 얻어 4위를 기록했다. 자민당은 헤센에서는 의회 진출을 위한 최저 득표율 5%를 겨우 달성했으며, 바이에른에서는 3%로 의회 진출에 실패했다.
반면 AfD는 헤센과 바이에른에서 각각 18.4%와 14.6%로 2위와 3위를 기록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지난 선거보다 각각 5.3%포인트, 4.4%포인트 더 높은 성적이다. AfD의 당대표 알리체 바이델은 이번 선거의 성공은 지역 정치가 아니라 연방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에 기인한다고 평가했다. 지지율이 하락한 사민당과 녹색당 정치인들 또한 이번 선거는 주 의회 선거였지만 선거 내내 연방정부의 이민정책과 기후보호 정책이 쟁점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기관 인프라테스트 디맵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헤센주에서는 이민정책이 경제와 기후에 이어 세 번째로 투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의제로 나타났다. 바이에른에서는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인프라테스트 디맵의 선거 직전 조사에 따르면, 바이에른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8%가, 헤센주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42%가 AfD의 강력한 이민 제한 정책에 찬성을 표시했다.
바이에른주 2위도 우파 정당
헤센주 AfD는 선거 캠페인을 통해 불법 난민의 빠른 송환을 요구했다. 꼭 필요한 전문인력 이민도 독일과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 나라 출신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센 AfD는 주요 인물 중 한 명이 극우 조직과 가깝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지만 당은 스스로를 극우가 아닌 보수 시민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바이에른주 AfD는 난민 신청이 거절된 사람을 6개월 이내에 추방하라고 요구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생과 독일어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분리해 초등교육을 시킬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헤센에서는 연방정부 심판을 캠페인 전면에 내세운 보수 기민당이 직전 선거보다 7.6%포인트 높은 34.6%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사민당에서는 독일 최초 여성 연방 내무장관인 낸시 페저가 주 총리 후보로 나서며 선거전을 이끌었다. 페저 장관은 당과 올라프 숄츠 연방 총리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는 내무장관으로서 난민의 국경 심사를 강화하고 각 국가가 책임을 강제로 분담하게 하는 유럽연합 난민법 개정 합의를 끌어냈다. 독일 내 극우단체들의 활동 금지 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하면서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장관 취임 직전까지 헤센에서 지역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페저는 교육·노인·노동·주거 등 주정부의 핵심 과제를 선거 캠페인의 중심에 두려 했다. 하지만 경쟁 당들은 그가 장관직을 등한시하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고 비판했다. 페저가 연방 장관이기 때문에 선거의 쟁점이 계속해서 연방정부에 대한 비판과 연결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기민당과 함께 헤센주 연정에 참여하고 있던 녹색당은 헤센주 부총리이자 경제·교통장관인 타레크 알와지르를 총리 후보로 전면에 내세우며 인물 중심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알와지르는 실용적이고 타협과 협력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으며 헤센주에서 매우 인기 있는 정치인 중 하나였다. 알와지르가 이끄는 헤센주 녹색당은 2018년 선거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013년부터 이어진 기민당과의 연정에서도 주정부를 잡음 없이 잘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헤센주 녹색당은 이번 선거의 실패를 연방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바이에른주 선거 결과는 우파 포퓰리즘의 대성공으로 평가되고 있다. 3위(14.6%)를 기록한 AfD뿐만 아니라 득표율 15.8%로 2위를 기록한 자유유권자연대(FW) 또한 우파 포퓰리즘 정당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자유유권자연대는 기초 지역의 선거연합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정당으로 지역 정치를 중시하는 동시에 보수 우파적 가치를 강조한다. 자유유권자연대는 특히 바이에른주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2018년부터 기사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정부에 참여 중이다. 자유유권자연대의 당대표이자 바이에른주 부총리인 후베르트 아이방거는 학창 시절 반유대주의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코로나 백신 반대자들과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과격한 언어로 녹색당의 기후보호 정책을 반대했다. 한편으로는 AfD의 지지층을 흡수하려 노력했다.
바이에른은 전통적으로 기사당이 집권당을 맡아온 지역이다. 일반적으로 기사당이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며 단독으로 정부를 이끌거나 다른 소연정 파트너와 주정부를 구성했다. 기사당은 이번 선거에서 현재 주총리인 마르쿠스 죄더를 중심으로 녹색당의 기후보호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한 해 이민자 수를 제한하자는 강경책을 주장해 AfD나 자유유권자연대와 보수층 표를 두고 경쟁했다. 기사당은 득표율 37%로 1당의 자리를 지켰지만 이는 녹색당에 많은 표를 빼앗겼던 2018년 결과와 거의 비슷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 기사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자유유권자연대나 AfD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언론은 이번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연방정부 내 연정 파트너 사이의 불협화음과 물가상승, 에너지 가격 상승, 주거 문제 등 대응 실패를 심판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올라프 숄츠 총리의 연방정부는 향후 정책 추진에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또한 AfD가 독일 정치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AfD가 옛 동독 지역을 넘어 옛 서독 지역의 주요 선거에서 실제로 2위를 거둔 것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여론조사를 통해 많은 유권자가 연방정부에 대한 단순 항의 표시로 AfD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AfD의 정치 노선에 동의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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