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원 놓고 파열음
도심 곳곳 찬성·반대 시위 확산
다수 여론 이 친화적 입장 불구
일부 팔레스타인 향한 동정론도
월스트리트저널 여론조사 결과
미국 정부의 이 전쟁 지원 향해
52% “지지”·44% “반대” 응답
우크라 지원 반대 여론 등 영향
유럽서도 친이·친팔 시위 이어져
“팔레스타인에 자유를!(Palestine free)”, “당장 휴전하라!(Ceasefire now!)”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앞 교차로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열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을 반대하는 집회에 시위대 500여명이 모여들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연방의회 앞 도로에서 '휴전'(Ceasefire)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
시위대는 “가자지구에서의 학살을 지원하지 말라”, “이스라엘 무장을 중단하라”, “복수는 정의가 아니다” 등의 팻말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시위대 가운데 200여명은 ‘휴전’이라고 적힌 현수막 등을 들고 미 연방의회 캐논 하우스 오피스빌딩 안을 점거해 농성을 벌였고, 일부는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들은 연방의회 입구에 출입 금지 펜스를 두르고 시위대를 막아섰다. 시위대는 경찰과 맞서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멈추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정오부터 오후 5시를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이날 집회 현장에서 만난 데이비드 오는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소개했다. 뉴욕시에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는 그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학살을 반대한다”면서 “유대인들은 홀로코스트를 통해 학살당했고, 러시아와 폴란드, 우크라이나에서 포그롬(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학살)으로 학살당했다. 팔레스타인에 같은 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주미 이스라엘대사관 출입문 한쪽에는 ‘우리는 이스라엘을 지지한다’(We stand with Israel)라는 파란 글씨가 적힌 작은 팻말과 함께 꽃다발이 쌓여 있었다. 대사관에는 다윗의 별이 그려진 대형 이스라엘 국기가 곳곳에 걸렸고, 한쪽 벽을 뒤덮은 건국 75주년 기념 대형 현수막에는 ‘USA & ISRAEL 75 YEARS TOGETHER(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한 75년)’라는 문구가 자리 잡았다. 대사관 앞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은 “이스라엘에서 일어난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지지 속 팔레스타인 동정론도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 내에서는 이스라엘 지지 집회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반대하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내 다수 여론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지원을 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팔레스타인 동정론도 적지 않다.
워싱턴 전역에서 지난 14일 열린 ‘팔레스타인을 위한 행동의 날’ 집회에는 약 1만명의 시위대가 모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주말 내내 워싱턴 도심의 워싱턴 기념탑, 백악관, 이스라엘대사관 등에서 집회가 이어졌고, 16일에는 백악관의 출입 통제를 위반하고 펜스를 넘은 시위대 30여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17일 백악관 앞에서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스티브 덜레니는 기자에게 “미국이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해서는 안 된다”면서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2일 발표한 여론조사(10월18∼20일, 미국 성인 1409명 대상) 결과에 따르면 미국이 중동 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52%, 팔레스타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3%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지만 어느 편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도 42%에 달했다.
미국이 중동 분쟁에서 이스라엘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응답은 54%로 나타났고, 팔레스타인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응답도 41%로 나타났다.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팔레스타인 시민에 대한 동정론이 작지 않음을 나타내는 결과다.
미국 정부의 이스라엘 전쟁 지원에 대한 입장은 52%가 지지한다고 응답하고, 44%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 여론도 영향
지난 15일 워싱턴 조지타운 거리에 있는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1년 전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 지지를 밝히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모이고, 시민들의 응원 손편지와 피켓 등이 대사관 현관 앞에 가득했던 것이 자취를 감췄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넘게 지속하고, 미국 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도 이·하마스 전쟁에 대한 미국의 지원 반대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ABC뉴스·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과도하다’는 평가는 2022년 4월 조사에서 14%였던 것이 지난달 조사에서는 41%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반대로 ‘부족하다’는 평가는 같은 기간 37%에서 18%로 반 토막 났다.
미국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고,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한 국경 통제 강화 예산을 편성하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유럽서도 이·하마스 전쟁 시위 이어져
미국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도 이·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는 23일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시위대 1만5000여명이 모여 휴전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지지를 외쳤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1만2000여명의 시위대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본부 밖에 모여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팔레스타인에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독일과 영국에선 대규모 친(親)이스라엘 집회와 친팔레스타인 집회가 각각 열렸다.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는 22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시위대 1만여명이 모여 하마스에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반유대주의를 비판했다. 21일에 영국 런던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약 10만명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을 반대하며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관저까지 행진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