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착륙부터 심우주 탐사까지…韓 우주 개척 어디까지 왔나

by 민들레 posted Oct 3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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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선 독자 개발 사업 시행 확정…2032년 발사 목표
누리호 3배 성능 '차세대 발사체' 개발도 착착…2조원 투입
달 착륙 성공 후엔 2045년 화성으로…우주청 설립도 '청신호'

 

[여수=뉴시스] 김선웅 기자 = 25일 전남 여수시 낭도에서 바라본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돼 우주로 날아오르고 있다. 지난 24일 통신문제로 예정된 발사가 하루 연기된 누리호의 3차 발사에서는 1,2차 시험 발사 때와는 달리 주탑재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 2호와 민간 위성 등을 포함해 실제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8기의 실용 위성이 누리호에 탑재됐다.

 


우리나라의 자체 달 탐사와 향후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 탐사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달 탐사선 다누리에 이어 월면에 직접 도달할 달 착륙선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2030년대 초 달에 도달하고, 2045년 화성에 태극기를 꽂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1일 과학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진행된 2023년 제12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달 탐사 2단계(달 착륙선 개발) 사업' 시행을 최종 확정했다.
 

달 탐사 2단계, 예타 선정 1년 만 사업 시행…5300억 들여 1.8톤급 달 착륙선 만든다


달 탐사 2단계 사업은 지난 10월 국가 R&D(연구개발) 예타 대상사업으로 선정된 지 1년 만에 개발 시행을 최종 확정지었다. 올해 4월에는 국가전략기술 프로젝트로도 선정된 바 있다.

달 탐사 2단계 사업은 달 탐사를 목적으로 착륙 예상지 주변의 장애물(월면석, 급경사 등)의 탐지·회피 및 정밀 연착륙을 자율 수행하는 1.8톤급 달 착륙선을 독자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8월5일 발사돼 12월17일 달에 도착한 다누리는 달 상공 100㎞±30㎞의 임무궤도를 돌며 달을 관찰하고 있다. 145일, 594만㎞의 항행 끝에 완벽하게 달에 도착했으나 달을 직접 밟지는 못했다. 다만 다누리 덕분에 달 착륙선과 관련한 궤적 설계, 항해, 관제, 심우주 통신 등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 기술을 모두 입증할 수 있었고, 달 착륙선 개발 본격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번 달 착륙선 개발 과정에서는 우주 탐사선의 심장인 추진시스템과 연착륙을 위한 핵심기술(장애물 탐지 및 회피 기술, 항법시스템 등) 등을 국산화해 진정한 의미의 독자적 달 탐사 역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첫 시도 성공 확률이 낮은 달 착륙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착륙 성능 시험설비 등 다양한 시험설비를 구축해 지상에서 충분한 시험과 검증을 거치게 된다.
 

[서울=뉴시스]다누리가 지난해 12월24일 달 상공 344㎞(왼쪽), 12월28일 달 상공 124㎞에서 촬영한 달 지표와 지구 영상 일부.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달 탐사 2단계 사업의 사업기간은 2024~2033년, 총사업비는 약 5303억4000만원이다. 예타 신청 당시에는 사업기간 2024~2032년, 총사업비 약 6285억7000만원이었으나 사업기간은 1년 늘고 사업비는 약 1000억원 줄었다.

이같은 예산 감축은 이번 예타 과정에서 일부 사업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번 예타에서 인정된 것은 달 착륙선 '본체'만이고, 본체에 실릴 탑재체에 대한 내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탑재체에 대한 과학기술계에 대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과기정통부는 달 착륙선 탑재체에 대한 우주탐사 로드맵 등을 추가로 마련해 과기계의 의견을 듣고, 달 착륙 이후 월면에서 수행할 과학기술임무를 확정하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달 착륙선 탑재체의 공모를 추진하고, 2025년 초까지 탑재체를 선정해 별도 사업으로 탑재체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직 탑재체 사업의 추가 절차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예타 심사 과정을 동일하게 한번 더 밟을 수도 있고, 사업비가 예타 기준 미만으로 책정된다면 더 빠르게 탑재체 개발에 나설 수 있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예타 대상 사업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 지원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인데 현재 국회에서는 이를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 및 국가 재정지원 규모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달 착륙선 실을 '차세대 발사체' 이미 개발 중…누리호 성능 3배 이상 로켓으로


또한 달 착륙선은 지난해 예타를 통과해 개발 중인 '차세대 발사체'를 통해 2032년에 발사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에 이어 누리호를 3번 더 발사하고, 더 진화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까지 추진하고 있다. 2032년까지 약 2조132억원을 들여 누리호 성능 3배 이상의 로켓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누리호가 고도 200㎞의 지구저궤도(LEO), 고도 500㎞의 태양동기궤도(SSO), 고도 700㎞의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탑재체 중량이 각각 3.3톤, 2.2톤, 1.9톤 수준에 그쳤다면, 차세대 발사체는 같은 고도에 10톤, 7톤, 6.1톤을 쏘아올릴 수 있다.

심우주 탐사를 위해 필수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달전이궤도(LTO)에 대한 누리호의 투입성능은 0.1톤에 그치고, 화성전이궤도(MTO)이 경우에는 아예 0톤이다. 차세대 발사체는 이같은 지구에서 완전히 벗어난 궤도에도 1.8톤, 1톤의 탑재체들을 실어나를 수 있다.

차세대 발사체는 ▲2030년 1차 발사 달 궤도 투입 성능검증위성 ▲2031년 2차 발사 달 착륙선(프로토 모델) ▲2032년 3차 발사 달 착륙선 최종모델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같은 사업이 모두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달 연착륙 등 고난이도 기술역량 축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우주탐사 영역 확장, 국제 우주협력 참여 활성화에도 기여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4개국이다. 그 뒤를 이어 일본이 5번째 달 착륙 국가를 목표로 지난달 발사한 달 착륙선 '슬림(SLIM)'이 달을 향하고 있다. 슬림의 달 착륙 예정 시기는 2024년 1~2월께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우리나라는 6~7번째 달 착륙국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서울=뉴시스]

 

달 착륙 이후엔 '화성' 간다…美 등과 국제협력 통해 심우주 탐사 추진


이처럼 독자적인 달 착륙 사업을 성공한다면 그 후에는 화성을 비롯한 심우주 탐사에 도전하게 된다. 2030년대 우주 무인수송으로 시작해 2045년까지는 유인수송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가 우주개발의 중장기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는 최상위 법정계획인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은 2045년 화성 착륙을 장기 전략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과기정통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탐사 협력을 위한 공동의향서'에 서명하는 등 달 기지 구축, 심우주 탐사를 위한 국제 협력도 강화해나가고 있다.

전날 진행된 제3회 우주탐사 심포지엄에서도 우주, 달 탐사에 이어 화성 탐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미 한발 앞서 화성 탐사 계획을 추진 중인 선도국의 방식을 참조해 우리나라만의 구체적인 탐사 전략 수립에 대한 산·학·연·관이 모두 머리를 맞댔다. 특히 정부는 글로벌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지속가능한 협력과 탐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우주전략을 주도하게 될 우주항공청의 설립도 긴 표류 끝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우주항공청 특별법은 여야의 의견 대립, 항우연·천문연 거취 문제 등으로 정부의 법안 발의 이후 반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있었다.

하지만 지난주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항우연과 천문연의 우주항공청 직속기관화 및 법제화에 모두 동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에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내달 9일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