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정부, 이스라엘과 단교 발표
콜롬비아와 칠레는 이스라엘 대사 초치해 항의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 7월 오루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7.20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남미 국가들이 이스라엘에 등을 돌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으로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를 냈다는 이유에서다.
볼리비아 정부는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한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레디 마마니 볼리비아 외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볼리비아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공격적이고 불균형한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세를 거부하고 규탄하며,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마마니 부장관은 휴전을 촉구하며 식량과 물 등 생명에 필수적인 물자의 가자지구 진입을 막는 봉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발표와 관련해 마리아 넬라 프라다 볼리비아 임시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가자지구에서 비인도적인 범죄가 자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이스라엘 외무부는 볼리비아측의 이 같은 통보에 입장을 내지 않았다.
볼리비아는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보복 작전이 시작된 이래 공개적으로 이스라엘과 단교를 선언한 첫 번째 국가다.
이 나라는 2009년 진보 성향 에보 모랄레스 정권 당시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바 있으며, 가자지구를 둘러싸고 이스라엘이 벌이는 행동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다 2020년 보수 성향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재건했다.
한편 이날 모랄레스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을 테러국가로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지난 30일 볼리비아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를 만났다. 그는 SNS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자행되는 전쟁범죄를 거부한다"며 "국제법에 따라 인도적 지원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적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지난 7일 이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어린이 3542명을 포함한 8525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유엔 관계자들은 약 230만명의 가자지구 주민 가운데 140만명 이상이 집을 잃은 것으로 추산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정기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07.21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콜롬비아와 칠레는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콜롬비아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멈추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는 그곳에 머물 수 없다"고 밝혔다.
칠레 정부 또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국제 인도주의법 위반이라고 간주한다며 자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초치했다.
칠레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칠레는 (이스라엘의) 이 같은 군사작전을 규탄하며 매우 우려스럽게 관찰하고 있다"며 "이번 작전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에 대한 집단적인 처벌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 나라는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정파 하마스가 인질들을 즉각 석방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의 허용을 촉구했다.
이에 앞서 칠레 외무부는 별도의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영토간 2국가 해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냈다. 2국가 해법이란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이전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의 국가를 건설해 더 이상의 분쟁을 막자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