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전쟁 25일 만에… 중상자·외국인 수백명 가자 탈출

by 민들레 posted Nov 0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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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라파 국경 한시 개방

카타르 중재로 인도주의 입국
이, 하마스 지하 터널 첫 타격
민간인 수백명 사상… 비난 화살

볼리비아 ‘단교’ 공식 서신 보내
美·이, 전쟁 후 가자 통치 논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쪽과 이집트 사이 국경을 이루는 라파 통로가 1일(현지시간) 개방됐다. 가자지구에 머물던 민간인 전쟁 부상자와 외국인, 이중 국적자에 한한 일부 개방이다.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따른 이스라엘과 전쟁 발발 이후 이 통로를 통해 가자지구로 구호품 차량이 들어가고는 있었지만 사람이 빠져나온 것은 25일 만에 처음이다.
 
AP·AFP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수백명의 부상자와 외국·이중 국적자가 라파 통로를 넘어 이집트에 입국했다. 라파 통로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유일한 아랍권 접근 지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 갇혔던 외국인 등이 1일(현지시간) 외국 여권 소지자와 부상자에 한해 개방된 가자 남부에서 이집트로 건너가는 라파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 카타르의 중재로 이집트, 이스라엘, 하마스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전쟁 25일 만에 구호물자가 아닌 민간인들이 ‘창살 없는 감옥’ 가자를 탈출할 수 있게 됐다. 라파=AFP연합뉴스

 

 

우선 부상자가 이집트로 넘어간 뒤 외국 국적자 등이 뒤를 이었다. 호주, 오스트리아, 체코, 인도네시아, 일본 등의 국적을 가진 이들로 알려졌다. 국제 구호단체 직원도 월경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500명가량이 가자지구에서 나왔다고 현지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라파 통로 개방은 카타르 중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테러리스트 혼입 등에 대한 우려로 전쟁 발발 뒤 이 통로를 폐쇄했다. 외국인이 아닌 일반 팔레스타인 주민의 이집트 출국은 여전히 불허되는 상황이다. 통로 개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알려진 바 없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가자지구 내 지하터널을 처음 타격하는 등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 위치한 하마스 군사조직 자발리아 대대의 근거지를 보병과 탱크부대가 장악하고 테러범 50여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총 길이가 5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의 지하터널 안쪽을 개전 이후 처음으로 공격했다.

 

 

 

 

계속되는 공습 속 가자지구 내 최대 난민촌이 폭격당해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지역 병원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폭발로 50명 이상이 죽고 150여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난민촌 사망자가 100명으로 늘었다. 자발리아에서만 400명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외국인 포함 인질 7명도 이번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자발리아 난민촌은 가자지구 최대 규모로 지난 7월 기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등록된 난민만 11만6000여명에 달하며 실제 난민 수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0만명 이상 인구가 약 1.4㎢의 공간에 몰려 있어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1일 이곳을 재차 공습해 아파트 등을 파괴했다.
 
난민촌 폭격으로 이스라엘은 국내외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습 직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카타르 등 아랍 각국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강하게 규탄했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남미 등 비아랍권 지역의 여론도 악화하고 있다. 볼리비아 대통령실은 이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민을 상대로 인류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외교 관계를 끊겠다는 공식 서신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유엔 인권최고대표 뉴욕사무소장인 크레이그 모키버가 폴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사직서를 보내며 “가자지구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은 집단학살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는 소식도 이날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규모 공습을 퍼부어 수백명의 사상자가 나온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 한가운데 폭격으로 인한 거대한 구덩이가 뚫려 있다. 살아남은 주민들이 잔해 주변에서 시신과 부상자를 수색하고 있는 가운데 무장정파 하마스는 최소 100명이 숨졌다고 이날 밝혔다. 자발리아=로이터연합뉴스

 

 

이번 폭격은 이스라엘 내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NBC방송은 “이스라엘 내에서 인질들의 안전한 귀환보다 가자지구에서의 군사 작전을 우선시하는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하마스를 자극하는 이번 난민촌 공격이 자국민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통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복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을 배치하는 방안,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 설립 방안, 유엔이 임시로 가자지구를 감독하는 방안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이 거론됐으나 논의가 초기 단계라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