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 날로 먹지 마세요"…한국 전세계 사망률 1위인 '이 암'

by 민들레 posted Nov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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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소화액인 담즙이 이동·저장하는 담도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담도암은 여러 암중에서도 독한 암으로 분류된다. 암세포가 발생 장기를 벗어나지 않은 초기 담도암의 5년 생존율은 52.1%다. 원격 전이된 상태라면 그 비율이 2.8%로 뚝 떨어진다. 대개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아프고 속이 더부룩한 흔한 소화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담도암으로 진단받는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담도암 사망률 1위 국가다. 생소하지만 치명적인 담도암에 대해 알아봤다.

소화 잘 안되고 황달 오면 의심

담도암은 대표적인 난치 암이다. 깊은 산속에 높은 성벽을 쌓고 은닉한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다. 담도암은 간에서 만든 담즙을 배출하는 통로인 ‘담관’과 담즙을 저장하는 주머니인 ‘담낭’에 발생한다. 같은 담도암이라도 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간내담도암, ▶간문부 담도암, ▶간외 담도암 등으로 구분한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규택 교수는 “담도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담도암은 암세포가 담도를 따라 자라는 특성에다 세포병리학적으로 진단 민감도가 낮아 암 발견이 매우 어렵다.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이명아 교수는 “진단 당시 수술이 가능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는 10명중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담도암으로 진단받는 환자의 65% 이상은 암세포가 전이된 진행 병기에서 뒤늦게 발견된다. 발견이 늦은 데다 수술 후에 재발률도 높아 예후가 불량하다. 국내 담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9%로, 췌장암에 이어 2번째로 낮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email protected]

 

치명적인 담도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면 의심 증상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담도암은 암이 발생한 위치, 암세포의 침범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먼저 황달이다. 종양이 담도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을 막으면서 답즙의 흐름이 막히면서 생긴다. 서울아산병원 간담도췌외과 황대욱 교수는 “담즙 정체로 담즙의 주성분인 빌리루빈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서 황달로 소변이 황갈색으로 짙어지고, 눈 흰자가 노랗게 변하고 피부도 노래진다”고 말했다. 빌리루빈이 피부에 침착되면 가려움증이 생긴다. 담도 폐쇄가 서서히 진행하면서 간 기능이 떨어지기도 한다.

소화 불량도 흔하다. 담즙은 지방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 역할을 한다.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권창일 교수는 “담도암으로 담즙이 정체되면서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특히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소화불량으로 식욕이 줄면서 영양소 흡수율이 떨어져 체중이 빠지기도 한다. 복통도 담도암의 주요 증상이다. 주로 명치 부근이나 오른쪽 복부 윗부분이 아프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장성일 교수는 “담도암 증상은 대부분은 비특이적이어서 일반인이 인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담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소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담도암의 확실한 위험 요인중 하나는 간흡충 감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간흡충 감염이 담도암의 원인이라고 규정했다. 이규택 교수는 “간흡충이 담도 내에 기생하면서 담도에 만성 염증을 일으켜 암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간흡충은 주로 송어·메기·쏘가리·잉어 등 민물고기나 민물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다가 감염된다. 간흡충 감염률이 높은 지역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담도암 발생률이 10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간흡충에 감염된 기간이 오래될수록 담도암 위험성은 높아진다.

만성 B·C형 간염도 담도암과 관련이 있다. 권창일 교수는 “만성적인 간 염증을 유발하는 만성 B·C형 간염은 간암의 원인인자이면서 담도암 위험인자”라고 말했다. 만성 B형 간염을 가진 환자는 담도암중에서도 수술이 어려운 간내담도암 발생 위험이 8배 이상 높다. 만성 B·C형 간염 바이라스 보균자라면 발병 위험이 높은 간암·간내담도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복부 초음파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담석이 있을 때도 담도암에 주의한다. 장성일 교수는 “담석 그 자체가 담도암을 유발하기보다는 담석증에 의한 담즙 변화, 담낭의 만성적 자극·염증이 암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담낭에 암이 생기는 담도암 환자의 60% 이상은 담석을 가지고 있다. 담석이 있으면 담도암 발생 위험도가 4~7배 증가한다. 담도암은 담석의 크기가 클수록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담석이 담도암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지만 담즙 흐름을 방해하면서 이차적으로 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담석의 크기가 3㎝ 이상이면 암 발생 위험이 10배가량 높아진다. 담석이 크다면 예방적 담낭 절제술을 고려한다. 이 외에도 비만·과체중일 때도 담도암 위험이 증가한다.

비만·과체중도 담도암 위험 키워

현실적으로 담도암은 수술이 어려운 진행 병기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이 가능하더라도 담도암 특성상 재발할 확률이 60~70%로 높다. 최근엔 담도암의 치료 환경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다. 근치적 치료인 수술이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에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으로 1차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는 “세포독성항암제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했더니 전체 생존율이 2배나 높아졌고, 항암 치료로 암세포가 증식하지 않는 무진행생존기간(PFS)이 길어져 사망위험도 20%나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진이 전 세계에서 처음 제시한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담도암 생존 곡선을 올리면서 12년 만에 글로벌 표준 치료까지 바꿨다. 국제적 암 치료 가이드라인으로 활용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담도암 1차 치료로 권고한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담도암 치료에 면역항암제를 쓸 때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되지는 않는다. 이명아 교수는 “객관적으로 담도암 장기 생존율을 높인 치료법이 나왔지만 경제적 부담으로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해 아쉽다”고 말했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