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짜오 베트남 - 270] 무엇이 식용식품이고 무엇이 아닌가.
이건 나라마다 문화마다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겁니다.
베트남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모래벼룩이 랍스타보다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베트남 수산시장에서 팔리는 갯벼룩의 모습. <VN익스프레스>
베트남어로 ‘버비엔(Bo Bien)’으로 불리는 이 특이생물은 한국어와 영어로 번역하면 ‘모래벼룩’ 혹은 ‘갯벼룩(sand flea)’으로 불립니다.
원래 이 생물은 피부 밑에 들어가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갯벼룩과 친첫뻘 되는 덩치 큰 갯벼룩은 좀 다르게 취급받고 있습니다.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1~2㎏짜리 식용 갯벼룩은 무려 150만 동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화 기준 약 8만원 정도입니다. 작년 동기 대비 20% 상승한 가격입니다. 베트남에서 인기있는 랍스타 가격과 거의 흡사한 수준이라고 하네요.
기사에 나오는 한 수산업자 말에 따르면 500g 수준의 작은 갯벼룩은 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단위를 넘는 대형 갯벼룩은 공급이 제한적이라 부르는게 값이라고 전합니다. 크면 클수록 고기가 탄탄하고 달아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한 베트남 시민은 “갯벼룩의 외모가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먹어 본 결과 랍스타보다 더 맛있었다. 랍스타와 갯벼룩 가격이 비슷하더라도 나는 랍스타 대신 갯벼룩을 고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희귀해서 높은 가격에 팔린다는 2kg 갯벼룩. <VN익스프레스>
심지어 2㎏ 짜리 대형 갯벼룩은 300만동, 약 16만5000원까지 가격이 치솟는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공급이 없어서 시장에 내놓자마자 팔리는 실정입니다. 이걸 사기 위해서는 사전 주문이 필수고 주문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고기를 맛볼 수 있습니다.
이 갯벼룩이 비싼 이유 중 하나는 양식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갯벼룩은 깊은 바다 밑을 기어다니며 활동하기 때문에 야생에서만 발견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징그러워 보이지만 갯벼룩을 식용으로 보는 관점은 학계에서 널리 논의되고 있습니다. 북유럽에서는 갯벼룩의 살이 새우보다 훨씬 맛있다며 미래 식량으로 갯벼룩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양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두에도 말씀드렸지만 ‘무엇이 식용이고 무엇이 식용이 아니냐’는 주제는 주관이 개입된 영역입니다.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산낙지’는 다른 문화에서는 ‘혐오식품’으로 보일 수도 있죠.
하지만 기괴하게 생긴 이 갯벼룩은 베트남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입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이 인상적입니다.
“아직 먹어볼 기회가 없었지만 뒤집어서 배를 보니 거대 바퀴벌레가 생각난다.”, “얘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그건 바다 바퀴벌레죠”, “다큐멘터리를 보면 이 생물은 바닷속 가장 깊은 곳에서 생태계 사슬 최하위 위치에서 바닥을 청소하는 역할을 한다. 영상을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이걸 (이 가격에) 먹느니 알래스카 바닷가재를 먹겠다”는 댓글은 부정적인 내용입니다.
반면 “나는 붕따우에 살면서 이걸 먹는데 고기가 달고 기름지다”, “단맛 측면에서 랍스터와 비슷하다”, “예전에는 먹지 않았지만 지금은 이걸 먹고있다”는 댓글은 긍정적인 내용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댓글은 “갯벼룩은 지구 생태 사슬에서 중요한 연결 고리이기 때문에 먹어서는 안된다. 해저를 청소하는 일꾼이기 때문이다. 양식되는게 아니기 때문에 자연 환경에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포획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알 수 없다”는 학구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자, 사진과 글을 본 여러분들은 베트남에 가신다면 이걸 드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다들 댓글로 의사를 남겨주세요.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