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좌로부터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 허우유이 국민당 후보, 커원저 민중당 후보/사진=대만 인터넷
대만하면 생각나는 건, 지난 90년대 말 필자와 언어교환을 하던 대만 유학생이다. 성균관대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대신 중국어를 배우면서 대만에 호기심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국과 대만이 단교하면서 대만은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만 침공설을 둘러싼 미중 갈등에서 볼 수 있듯이 대만은 글로벌 지정학에서 빠뜨릴 수 없는 키워드가 됐다. 또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에서 삼성전자가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우리가 대만을 알아야 할 필요성도 커졌다.
또한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27년까지 대만 침공을 위한 준비를 마치라고 인민해방군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침공 준비를 완료했다고 해서 반드시 침공하는 건 아니지만, 만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예상되는 등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며 한국 역시 이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이처럼 지정학적으로 주목받는 대만에서 내년 1월 13일 총통 선거가 치뤄진다. 이번에 선출될 총통의 임기는 2024년부터 2028년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을 이끌어야 한다. 대만 총통선거의 유력 후보들을 살펴보자.
1강(强) 2중(中) 구도에 끼어든 폭스콘 창업자
지난 22일 대만 폭스콘의 중국 사업부문이 중국 당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다음날인 23일 중국 증시에 상장된 폭스콘의 중국 자회사가 개장과 함께 하한가(-10%)로 급락했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이 갑자기 중국 당국의 타겟이 된 이유는 뭘까?
일각에서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궈타이밍(郭台銘·72) 폭스콘 창업자가 정식 출마할 경우 야권 분열로 집권 민진당이 선거에서 유리해지는 걸 막기 위한 조처라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사실 여부는 알 수 없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후보를 살펴보자.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인물은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64) 후보다. 라이칭더는 대만 행정원장(총리)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만 부총통이다. 민진당은 전통적으로 반중·독립 성향을 띠고 있다.
그 다음은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侯友宜·66) 후보다. 대만 경찰청장 출신으로 현직 신베이 시장이다. 국민당은 친중 성향을 가지고 있어 중국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다.
전통적인 양당체제인 대만에서는 최근 재밌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바로 중립 성향인 대만민중당의 약진이다. 타이베이 시장을 역임한 커원저(柯文哲·64) 민중당 후보가 20~30대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제3후보' 열풍은 친미와 친중으로 나눠서 대립하는 양당 정치 구조에 염증을 느낀 젊은층이 중립과 균형을 원하기 때문이다.
(타이베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가 28일 (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장룽파기금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통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2023.8.29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
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와 같은 1강(强) 2중(中) 구도에 끼어든 인물이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다. 궈타이밍은 국민당 총통 후보 경선에서 패배했으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며 '친중 진영' 후보군에 가세했다. 궈타이밍은 전체 유권자 중 1.5%(29만명)의 서명을 얻으면 총통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궈타이밍은 2020년 총통선거를 앞두고 폭스콘 회장직에서 물러나 국민당에 전격 입당했다. 당시 총통 후보 경선에서 패배하자 무소속 출마를 고집하다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이번에는 완주할 것인지 주목된다.
애플 최대 협력업체인 폭스콘은 1988년 중국 선전에 진출했으며 한때 중국에서 100만명이 넘는 직원을 채용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25일 포브스에 따르면 궈타이밍은 67억달러(9조원)의 재산으로 대만 부자 순위 6위를 차지했으며 4명의 후보 중 유일하게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나 악수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가 될 대만 총통선거
지난 24일 대만 여론조사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TPOF)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는 1위를 지켰지만, 지지율이 7개월 만에 30%을 깨트리며 26.5%로 하락했다. 대만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지지율 21.7%로 2위,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는 지지율 20.2%로 3위를 기록했다. 궈밍타이 후보의 지지율도 12.4%로 전달(10.5%)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
여당인 라이칭더 후보와 야권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야권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달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허우유이 후보와 커원저 후보가 단일화를 통해, 총통·부총통 후보로 출마할 경우 누가 총통 후보로 나오든 라이칭더 후보에 이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다만 커원저 후보가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통의 국민당이 창당된 지 4년밖에 안 되고 의석수 5석에 불과한 대만민중당에 총통후보를 양보할지는 의문이다. 현재 대만 입법원(국회)은 여당인 민진당이 62석, 제1야당인 국민당이 37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대만민중당이 5석, 무소속이 8석이다.
대만 총통 직선제는 1996년에 시작됐으며 2000년 이후 민진당과 국민당이 8년씩 번갈아 가며 집권하고 있다. 대만 총통의 임기는 4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추세에 따르면 이번에는 민진당 대신 국민당이 집권할 차례인데, 민진당이 추세를 깰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와 같이 치러지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도 관전 포인트다. 지난 2020년 민진당은 총통선거와 입법위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며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했지만, 이번에는 총통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입법위원 선거는 내줄 가능성이 크다.
지난 24일 대만민의기금회가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민진당의 완전집권(총통당선 및 입법원 과반 달성)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진당의 완전집권을 지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1.6%에 불과했다.
이는 2016년부터 민진당이 총통과 입법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민진당의 독단이 강화되고 야당의 견제와 균형 역할이 퇴색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민진당은 지난 2018년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당에 뒤졌다.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이 승리해서 12년 연속 집권을 달성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