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명 뽑는데 303만명 지원… 공무원에 몰리는 中 청춘

by 민들레 posted Nov 0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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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진으로 대기업 공채 등의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어드는 등 중국 내 실업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3만9000명을 뽑는 공무원시험에 303만명이 응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9월 4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대학 졸업생 취업 박람회에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 사진=로이터

 

2022년 240만명이 지원해 대륙을 놀라게 한 중국의 공무원 응시자 수가 올해는 무려 300만명을 넘었다. 매년 1000만명 안팎의 대졸 구직자가 새로 쏟아져나오는 중국 취업시장에서 청년 실업률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대기업 공채 등 좋은 일자리는 구직자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줄어든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직을 원하는 중국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지만 공직 취업문은 바늘구멍이다.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중국 정부의 고심도 커진다.

최근 중국 국가공무원(행정부)이 발표한 2024년 공무원시험(國考·궈카오) 응시 자격 심사 최종 결과에 따르면 올해 심사에 합격한 인원은 303만3000명이다. 중국은 한국과 달리 이듬해 공무원을 뽑는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먼저 한 차례 심사해 대상자를 선별한다.

이 대상자 중에서 중국 정부는 내년 약 3만9000명의 공무원을 뽑는다. 자격을 획득한 사람이 303만명이니 애초에 지원했던 인원은 이를 크게 상회한다는 의미다. 13억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중국 인구를 감안해도 대단한 숫자다.

중국 공무원 지원 숫자는 경제 상황과 정확히 반비례한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안정적 성장을 구가하던 2014~2019년 공무원 지원자 숫자는 150만명 안팎으로 꾸준히 유지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중국 경제가 부동산 붕괴와 내수부진, 디플레이션(장기물가침체에 따른 경기부진) 등에 노출되면서 급격한 하강국면을 맞자 공무원 지원자 수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내년 공무원 시험 평균 경쟁률은 약 77대 1이 될 전망이다. 당연히 대도시와 인근 공무원 자리가 경쟁이 심하다. 중국 4대 '1선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의 경쟁률이 높은 것으로 집계되는 가운데 첨단산업 핵심인 광둥성에 지원한 숫자는 21만명을 넘었다.

특히 광둥성 세무국은 경쟁률이 82대 1로 가장 인기있는 부처로 꼽혔다. 기록 상 가장 경쟁률이 높은 자리는 기능직이자 고위직인 '닝샤 후이족 자치구 측량단 1급 참모장' 자리였는데 무려 35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에 불이 붙다 보니 우회 입성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중국엔 공산당이 일부 명문대 우수졸업생들을 지도 간부 예비후보로 선정, 2~3년 간 지자체에서 훈련시킨 후 중앙부처로 뽑아올리는 제도가 있다. 베이징대 한 행정교원은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추천도장을 받기 위해 매일 학생들이 줄을 선다"며 "몇몇 학생들의 추천서는 우표가 수백장 붙은 편지봉투처럼 추천도장이 많더라"고 말했다.
 

 

연간 쏟아지는 대졸자 1000만명… 턱없이 부족한 양질의 일자리

 

중국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몰리는 이유는 뭘까. 청년 구직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연간 1000만명 안팎 대졸자가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경기 부진으로 고소득 일자리는 줄어든다. 미국-유럽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으면서 선진국 해외 취업 길은 완전히 막힌거나 다름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없으면 자포자기 할 수밖에 없다.

'그냥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탕핑(躺平)이나 '사회가 썩어들어가도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바이란(擺爛), 차라리 부모 밑에서 가사를 돕고 용돈을 받겠다는 전업자녀(全職兒女) 같은 자조적 은어가 중국 청년층 사이에선 현실에 저항하는 일종의 저항구호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청년 실업 문제는 올해 절정이다. 청년 실업률이 지난 6월 무려 21.3%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자 중국 정부는 7월부터 아예 청년 실업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만 가능한 통계발표 통제다. 상황을 보면 발표하기 무서웠을 법도 하다.

중국에선 올 3분기에만 사상 분기 최대 규모인 무려 1158만명의 대졸자가 취업시장에 가세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연말 "청년들은 농촌으로 내려가라"고 발언해 여론의 냉소를 자아냈는데 그 만큼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청년 구직자들은 어디선가 일은 해야 하고 일자리는 없다. 최근 지난대 경제사회연구소와 온라인 취업플랫폼 자오핀이 함께 펴낸 '2023 중국 신유연직종 보고서'를 보면 신산업을 통해 새로 만들어진 전자상거래, 생활유통, 1인 미디어, 스트리밍, 공유택시 등 이른바 신규유연직에 몰려든 구직자 중 절반 이상인 51.7%가 대학 내지는 대학원 졸업자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 신규유연직의 69%는 배달·택배원이었다. 알리바바나 타오바오 등 각광받는 IT기업 일자리처럼 보였지만 알고보면 온라인 구매 플랫폼의 끝단에 겨우 자리한, 그것도 양질이라고 보기 힘든 일자리더라는 것이다.

공무원이라도 바라볼 수 있는 학생들은 차라리 상황이 나은 편이다. 우리의 총리실에 해당하는 중국 국무원 개발연구센터 저오시안 부국장은 "올해 506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대학원 입시에 불합격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까지 어쩔 수 없이 취업시장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 않도록 취업의지를 키울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경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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