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기술 발달로 중환자 생존율이 높아지는 이면에는 장기기증자 감소라는 ‘그늘’이 있다. 한국 장기이식 대기자는 2010년 1만8189명에서 2022년에는 4만9765명으로 늘었지만 수술 건수는 400건 이하로 오히려 줄었다. 미국도 대기자가 10만 명이 넘지만, 매년 6000명이 수술받지 못한 채 사망한다. 유럽 역시 장기이식 대기자 명단 중 매년 평균 15~30%가 세상을 떠난다.
최근 미국 의료진이 장기이식 역사에 중대한 결과물을 잇달아 발표했다. 세계최초로 안구 전체를 이식한 환자가 5개월째 양호한 상태이고, 안타깝게 실패했지만 돼지 심장 이식수술도 올해에만 두 번째 시도됐다. 특히 안구이식의 경우 향후 시력까지 확보되면 장기 이식 분야에서 역사적인 성과가 될 것으로 의료계는 보고 있다.
[세계최초 안구 이식 수술 결과에 관심]
고압선 사고로 왼쪽 눈 잃은 미국 남성
올해 5월 수술 혈류정상·거부반응 없어
시신경 회복 안됐으나 뇌가 빛 감지
안면 및 안구 이식 수술을 받은 애런 제임스(왼쪽) 씨와 주치의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뉴욕대 의대 랭건병원 박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시행된 안구 이식 수술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금까지 각막을 이식한 적은 많았지만 안구와 시신경을 포함해 눈 전체를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미국 뉴욕대(NYU) 랑곤헬스 의료진은 지난 5월 미국인 남성 에런 제임스(46)에게 세계 최초로 안구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고 발표했다.
전력선 회사 직원이었던 제임스는 재작년 6월 고압 송전선에 얼굴을 맞는 사고로 왼쪽 눈을 적출하고 코와 입술의 형태를 잃는 등 안면에 광범위한 상처를 입었다. 왼쪽 팔도 절단해야 했다.
뉴욕대 의료진은 제임스의 안면을 재건하는 이식과 더불어 안구까지 이식하는 ‘이중 이식’을 실시하기로 하고, 지난 5월 30대 남성 기증자를 찾아 21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쳤다. 이후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건강을 잘 회복하고 있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의료진은 혈류가 양호하고 거부반응의 징후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신경은 치유되지 않은 상태이지만 눈에 빛을 비추면 뇌 신호가 잡히고 있으며, 시각 생성의 한 단계인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특수 세포도 망막에 충분히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이식받은 안구로 사물을 정상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수술을 집도한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 박사는 “우리는 시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며 “하지만 내 생각에는 우리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수술에 의미부여했다.
美서 돼지 심장 이식받은 두 번째 환자, 거부반응으로 6주 만에 사망
돼지 심장 이식받은 뒤 6주 만에 숨진 환자 로런스 포시트 씨. [메릴랜드 의대]
돼지 등 다른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장기이식 연구도 계속 진행중이다. 거부반응과 윤리적 문제로 진전이 더디긴 하지만, 수술조차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환자들을 위한 해법으로 기대를 모은다.
돼지 심장이식도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아직 초기여서 성공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올들어서만 두 번의 수술이 집도 됐다.
두 번째로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심장을 이식받은 미국 남성 환자는 안타깝게도 거부반응으로 6주만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1월 사상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57세 남성도 두 달 만에 사망한 바 있다.
두 수술을 집도한 메릴랜드 의대 연구팀은 “인간 장기이식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인 ‘거부 반응’ 때문에 환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인간 면역체계의 거부반응을 유발하지 않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했음에도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환자에게서는 심각한 거부반응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 50대 후반 남성은 부검 결과 돼지에 폐렴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DNA가 체내에서 발견됐다.
돼지신장 이식 연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대 랭건이식연구소는 “지난 14일 유전자 편집 과정을 거친 돼지 신장을 뇌사 환자에 이식, 역대 최장 기록인 61일간 생존했다”고 밝혔다.
환자는 이전부터 앓던 암으로 사망했지만, 61일간 신장은 정상 기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소변량이 감소하는 등 거부반응 징후가 보였지만 면역억제제 처방으로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