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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자의 참극]참극을 막기 위한 노력 없이 전쟁 뒤 셈해보는 국가들… 이스라엘은 개전 초기부터 가자지구 주민 내쫓는 ‘점령’ 구상해

 

2023년 11월8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북을 종으로 가르는 살라딘(살라훗딘) 도로에서 백기를 든 주민들이 남쪽으로 피란을 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살라딘(살라훗딘) 도로는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남북을 종으로 가른다. 항복을 상징하는 흰색 깃발을 든 어린이가 제 몸보다 큰 짐을 메고 그 길을 걷고 있다. 흰색 깃발을 든 남루한 행렬은 쫓기듯 바삐 움직인다. 허락된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지나는 길목마다 폭격의 흔적이 살풍경을 연출한다. 건물은 무너졌고, 도로는 파괴됐다. 그러니 어서 남쪽으로 남쪽으로. 가자지구 중부를 횡으로 가르는 ‘와디 가자’만 지나면 구호단체가 마련한 물과 비스킷이 기다리고 있다.
 

사망자 1만569명 중 여성·어린이는 67%



2023년 11월8일 하루에만 줄잡아 5만 명가량이 이스라엘군이 허락한 시간, 허락한 길을 따라 가자시티를 벗어나 피란길에 올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11월9일 공개한 최신 통계는 한 달을 넘긴 무한 폭력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11월7일 오후 2시부터 8일 오후 2시까지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세로 241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자시티에선 폭격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3대에 걸친 일가족 43명이 한꺼번에 숨졌다.

10월7일 개전 이후 사망자는 11월9일 현재 1만569명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67%는 여성과 어린이다.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자는 모두 2450명, 이 가운데 1350명이 어린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11월6일 “가자지구가 어린이의 공동묘지가 됐다”고 탄식한 이유다.

가자지구 인구 약 210만 명 가운데 150만 명 정도가 삶의 터전을 잃고 난민이 됐다. 이 가운데 72만5천 명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가자지구 전역에서 운영하는 149개 시설에 수용됐다. 12만2천여 명은 병원을 비롯한 공공시설에, 13만여 명은 94개 학교에 분산 수용된 상태다. 하루 한 차례 이집트 국경 라파 검문소를 통해 들어오는 구호물품으론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이스라엘군이 본격적으로 시가전에 돌입한 가자지구 북부와 가자시티에 남은 주민들에겐 그마저도 사치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유로-메드 인권 모니터’는 11월5일 성명을 내어 이렇게 지적했다.

“굶주림을 무기로 한 이스라엘의 전쟁이 위험천만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 지역으로 향하는 모든 식량 공급은 차단됐다. 공장과 빵가게, 식량 창고, 상수도 시설이 폭격당하고 있다. 가자지구 동부 일대 농경지도 공격당했고, 밀가루 창고와 어선, 인도지원 단체의 구호시설도 공격 대상이다. (…)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처가 없다면 가자지구 어린이 사망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개전 이전에도 가자지구 어린이 약 70%는 영양실조와 빈혈, 면역결핍 등으로 고통받았다. 하지만 개전 이후 이 수치는 90%를 넘어섰다.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가자지구 신생아 5만2500명가량이 굶주림과 탈수 등으로 위험에 처했다. 임신부 5만5천여 명 가운데 5500여 명은 이번 달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임신부 절대다수가 영양실조 상태다. 이는 태아의 생존율과 발육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가자 치안 책임 맡을 것”



이미 한 달을 넘긴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조짐이다. 이스라엘 전쟁 내각의 일원인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은 11월8일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과 한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뿌리 뽑는 게 목표다. 가자지구 지상전에 시간제한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존립과 시오니즘의 미래가 걸린 전쟁이다. 단계별로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또 전쟁이 끝난 뒤에도 얼마나 전투가 계속될지 알 수 없다. 우리의 전략적 목표에서 한 치도 후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일단 가자지구가 안전해지고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혼란이 잦아들면, 향후 가자지구를 어떻게 처리할지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정치·군사적 능력을 보유한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존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떤 체제든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미래에 참여할 수 없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대체할 세력이 필요하고, 이스라엘의 안보 우위를 보장할 방안이 필요하다.”
 

2023년 11월6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거리에서 어린이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피해 뛰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인도주의적 재난을 막기 위한 ‘즉각 휴전’ 주장은 여전히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죽음의 기록’은 매일 경신되지만, 참극을 막기 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총을 쥔 쪽은 벌써 자기들이 원하는 ‘미래’를 말한다.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월6일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스라엘이 ‘무기한’ 가자지구 치안 책임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치안 유지를 맡지 않았을 때,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하마스가 테러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전쟁이 끝나면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에서 ‘점령’이 전면화할 것이란 뜻이다.

11월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재난을 막기 위한 ‘일시적 교전 중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가자지구의 문제 해결에 힘쓰고, 이스라엘과 미래의 독립된 팔레스타인 국가가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이 공정과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통치해선 안 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회의에 참석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상군 작전 종료 뒤 일정한 이행 기간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주둔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가자지구를 통치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목소리와 바람이 전쟁 뒤 가자지구 처리 방안의 핵심이 돼야 한다. 팔레스타인 주민이 주도하는 정부가 구성돼야 한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과 통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뒤 ‘미국이 원하는 가자지구’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10월31일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도록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 다만 자치정부 체제로 바로 갈 수 있느냐는 알 수 없다. 여의치 않다면, 역내 국가 및 국제기구와 함께 이행 기간을 책임지는 방안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의 ‘주권’은 가자 주민들에게 없다는 말이다.

개전 초기부터 이스라엘 쪽은 ‘다른 생각’을 품고 있었다. <예루살렘 포스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10월13일 작성한 개념 문서에서 ‘최선책’을 이렇게 제시했다. 첫째, 가자지구 주민을 이집트 국경 너머 시나이반도로 몰아낸다. 둘째, 시나이반도 북부에 거대한 ‘텐트 도시’를 세우고, 향후 영구 거주지를 건설한다. 셋째, 가자지구와 시나이반도로 통하는 ‘인도주의적 통로’를 마련하고, 국경에 보안지대를 설치해 가자 주민의 역유입을 방지한다. 가자 주민을 이집트 사막으로 쫓아내, ‘가자 문제’를 이스라엘이 아닌 ‘이집트 문제’로 바꾸겠다는 셈법이다. 문서가 공개되자 이스라엘 정부는 “가상을 전제로 한 보고서일 뿐”이라고 발뺌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쫓아내는 것을 도와서 전체 아랍인의 비난을 자초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집권당인 파타당의 중앙위원과 가자지구 책임자를 지낸 무함마드 다흘란은 10월30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대거 이집트로 쫓겨나면, 이집트 국내적으로도 심각한 정치·사회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흘란 “전쟁 뒤 2년 정도 이행기”



다흘란은 전쟁 직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가자지구에 ‘이식’하는 것도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짚었다. 부패로 점철된 마무드 아바스 대통령을 비롯한 자치정부 지도부에 대한 대중적 신망은 서안지구에서도 나락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이스라엘이 잿더미로 만든 가자지구를 ‘점령군’인 양 접수한다면 대중적 분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가자지구 내부에서 혼란이 지속되면, 결국 이스라엘이 군사적 개입에 나서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해법은 뭘까?
 

2023년 11월6일 ‘평화를 위한 유대인의 목소리’란 단체의 활동가들이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다흘란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전문관료가 전쟁 뒤 2년 정도 이행기를 관리하면서, 지난 16년여 쌓인 양쪽의 갈등을 풀 필요가 있다. 이어 팔레스타인의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선거를 치러 정부를 구성하면, 국제사회가 국가로 공식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하마스 역시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하마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5월로 예정됐던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선거는 ‘하마스 약진’에 대한 우려 속에 무기한 연기됐다. 하마스가 압승한 2006년 1월 이후 자치의회 선거는 단 한 차례도 치러지지 않았다. 미국도, 이스라엘도, 자치정부도 다흘란의 제안에 귀 기울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가자의 참극은 ‘2006년의 잘못된 선택’에서 싹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주권’은 없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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