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금리와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집을 구매하는 대신 여행이나 인테리어 지출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미국 펜실베니아주(州) 미들섹스 타운쉽에 조성된 신축 주택 단지 전경. /AP 연합뉴스
10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인들이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그동안 저축할 돈을 쓸 다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본인이나 가족을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고급 휴가를 가거나 집을 고치는 데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치솟고,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진 탓이다.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수요자들이 주택 구매를 몇 달이 아닌 아예 몇 년씩 미루는 추세라는 게 WSJ의 해석이다.
조선비즈
하버드대 주택연구 공공센터에 따르면 미국 주택 소유자들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간 집수리·공사에 지출한 비용은 4890억달러(한화 약 645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증가한 수준이다.
WSJ는 실제 사례도 소개했다. 안드리아와 브래드 로셀 부부는 집을 갖고 있지만, 갈아타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5만달러(약 6600만원) 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택했다. 지난 2017년 구매한 집보다 더 큰 집으로 이사를 원했지만 시장 상황이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여행, 공연 등 여가 생활에 지출을 늘리는 임차인의 사례도 소개했다. 베스 미할렉씨는 집을 구하지 못한 대신 재무설계사와 다른 대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팝스타 돌리 파튼 공연을 위해 2000달러(약 264만원)를 쓰고, 두 조카를 위해 대학 저축계좌를 개설하는 등 본인과 가족을 위해 투자를 늘렸다.
실제 데이터 회사 ISS 마켓 인텔리전스가 집계한 3분기 기준 신규 개설된 ‘529 학자금 저축 플랜’ 계좌 수는 지난해 3분기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집을 사는 대신 가족이나 친척의 미래에 투자하는 경향은 숫자로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9월 기준 미국의 주택 판매는 지난해보다 15.4% 감소했다.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 20일로 끝난 주의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평균 금리가 전주보다 0.2%포인트(P) 오른 7.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00년 9월 이후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