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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본격화한 가운데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쏜 조명탄이 가자지구 상공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상을 두고 이스라엘과 ‘최대 우방’ 미국 간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인질 구출을 위한 ‘일시적 교전 중지’ 문제를 놓고도 대립했던 양측은 하마스 소탕 뒤 가자지구를 어떻게 통치할지를 둘러싸고 연이어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 두 국가는 “전쟁 전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는 입장은 공유하고 있지만, 이제까지 나온 전후 해법들이 이 지역의 오랜 분쟁의 역사를 종식시키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시간) CBS와 인터뷰하면서 가자지구 전후 처리와 관련해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기본 원칙은 간단하다”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불가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지구 영토 축소 불가 등 4가지를 꼽았다.

아울러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지도력 하에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가 재결합되길 원한다”며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 역시 통치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PA에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넘길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미국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는 등 ‘재점령’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군대를 주둔시키는 등 군사적 통제는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가 PA에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길 수 없다면서도 전후 가자지구 통치와 관련한 뚜렷한 구상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점령은 없다”는 선언과 달리 이스라엘이 이곳에 다시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몰아내는 ‘제2의 나크바(Nakba)’를 밀어붙일 수 있다는 의구심도 나온다. ‘재앙’이라는 뜻의 나크바는 1948년 이스라엘 국가 수립 당시 팔레스타인 주민 75만명이 살던 땅에서 쫓겨난 강제 이주 조치를 말한다.

실제 네타냐후 연정의 한 축인 극우파 정치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내놓은 바 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정부가 이집트 북부 시나이반도 사막에 가자지구 주민들을 임시 수용하라는 요구를 물 밑에서 여러 차례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집트는 물론 미국과 영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임시 수용이 영구적인 이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 주민들의 시나이반도 이주 계획을 담은 이스라엘 정보 기관의 문건이 공개되기도 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지 못해 정치 인생에서 최대 위기에 놓인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정부가 제시한 사실상의 ‘레드라인’을 순순히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전쟁 전 자국민들의 격한 반발을 불렀던 사법부 무력화 개편안을 추진하면서도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보내는 ‘경고 메시지’를 여러 차례 무시해 양국 간 껄끄러운 관계를 노출한 바 있다.

PA에 전후 가자지구 통치를 맡긴다는 미국 정부의 ‘희망 사항’ 역시 실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패와 무능력으로 서안지구에서조차 통제력을 잃은 PA는 통치 능력이 없을 뿐더러, 이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리 세력’ 내지 ‘괴뢰 정부’처럼 가자지구로 돌아온다면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속주의 성향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파타)가 이끌고 있는 PA는 2006년 총선에서 하마스에 대패한 뒤 이듬해 가자지구에서 축출되면서 현재는 그 세력이 서안지구에 그치고 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티븐 쿡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기고한 칼럼에서 “전후 팔레스타인에서 새로운 선거를 치르더라도 PA는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설령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이 미국의 도움으로 부패와 정당성 부족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는 가자지구에서 미국·이스라엘의 ‘총독’ 노릇을 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도하는 정부 수립 이전까지 국제사회가 일종의 ‘평화유지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해 전후 처리를 맡아주기를 기대하지만, 유럽은 물론 상당수 중동국가들도 이 지역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쿡 연구원은 가자지구 봉쇄 및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문제, 예루살렘을 둘러싼 갈등 등을 거론하며 “설사 미국이 PA 개조에 성공하고 국제사회가 평화유지군을 파견한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이번 전쟁이 중동지역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는 잘못된 희망”이라며 “가자지구는 전쟁 이전과 마찬가지로 화약고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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