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각 있다’ 80%인데 인구 절반이 미혼
‘타의적 비혼’ 배경에는 저임금·고물가 영향
“연봉 1억원인데 맥도날드도 사치” 토로
일본 오사카시 도톤보리 일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이며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에서 2040년까지 인구 절반이 독신자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만성적으로 낮은 임금과 고물가가 청년들을 ‘반강제적 비혼’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일본 주간지 ‘주간현대’는 ‘연봉 1000만엔 이하는 도쿄에서 육아가 불가능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예전엔 당연했던 결혼도 이제 젊은이들에겐 무거운 짐일 뿐이다”며 “2040년엔 인구의 절반이 독신자가 되고 그 대부분은 고령자가 차지한다. ‘대독신시대’라는 연쇄적인 비극이 일본을 강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혼인건수 반토막… 독신인구 수십배 급증
기사에 따르면 일본의 혼인 건수는 50년 새 반토막이 났다. 혼인 건수가 역대 최고를 기록한 1972년 일본의 부부 수는 110만쌍에 달했지만 최근 통계를 보면 전성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0만4878쌍까지 감소했다.
기사는 이에 따라 일본의 ‘혼인 장려 문화’도 사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과거에는 일본 어디서나 결혼식이 대유행했고 TV를 켜면 예식장 광고가 끊임없이 나왔다”며 “남자는 살림을 차려야 제 몫을 인정받았고, 여성의 상당수는 능력 있는 남성과의 결혼을 동경해 퇴사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25세가 넘으면 혼기를 놓쳤다며 핀잔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지난해 6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사회 대책 백서’를 인용해 일본의 생애 미혼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에는 각각 1.7%, 3.3%에 불과했던 남성과 여성의 생애 미혼율은 2020년 남성 28.3%, 여성 17.8%까지 증가했다. 50세 이상 미혼 남성 인구는 1980년 17만명에서 2020년 391만명으로 23배 급증했다. 신문은 “일본에서 이제 결혼은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낮은 월급과 고물가가 빚어낸 ‘타의적 비혼’
주목할 점은 이들이 일반적으로 일컬어지는 ‘자의적 비혼’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남녀 80%는 ‘언젠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신문은 이같은 ‘타의에 의한 비혼’이 늘어가는 원인으로 일본의 암울한 경제 상황을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인의 평균 임금은 1997년부터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부터 시작해 동일본 대지진, 고인플레이션·고물가가 연달아 일본을 강타하며 최근 30년간 일본인의 평균 월급은 30만엔 전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며 노인 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젊은이들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1990년대에는 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국민부담률’이 36%에 그쳤지만 현재는 47%에 달한다. 안 그래도 적은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고령층이나 미래의 고령층을 부양하는 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일본에서는 고소득층이 아닌 이상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를 보면 35년 전까지만 해도 육아 가구의 평균 연봉은 539만엔이었지만 현재는 785만엔이다. 400만엔 미만을 벌어들이는 가구 가운데 아이를 낳아 기르는 가구 비율은 16%에 그친다. 특히 수도인 도쿄의 경우 30대 육아 가구의 연수입 중간값이 1000만엔에 달한다. 도쿄 한복판에서 외벌이로 아이 둘과 애완견을 기르는 ‘짱구 가족’은 더이상 일본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된 셈이다.
부부합산 1050만엔의 수입을 벌어들인다는 타시로 카즈키(35)씨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실수령액으로 700만엔을 벌어들이는데도 해외여행이나 자가용은 꿈도 꿀 수 없다. 한 달에 한 번 외식도 고민이고 맥도날드 햄버거조차 사치스러워 손을 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