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장 주도권 못 잡아, 방어해야" vs "서방 때문에 매우 제한된 작전만 하고 있어"
지난 6월 시작된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대반격'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엇갈리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2일(현지시각)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의 제47기계화여단이 서방이 지원한 장갑차를 구비하고 여름에 훈련을 받았지만 남쪽에서 몇 달 동안 몇 마일밖에 전진하지 못하다가 지금은 러시아의 공격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여단의 한 병사가 "그들은 인원수에 이점이 있다. 쉬지 않고 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신문은 "우크라이나 최고 지휘관들이 '반격'이 소기의 진전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분쟁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있으며 돌파구가 마련될 것 같지 않다고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안보 고위 관리 역시 신문에 현 상황이 "교착 상태"라며 "어느 쪽도 총공세가 불가능하고 어느 쪽도 돌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이날 "반격은 멈췄다"며 우크라이나 지역의 토양이 진흙이 되는 시점인 '베즈도리자'(bezdorizhzhia)에 진입했기 때문에 탱크 등의 이동이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더 이상의 대반격 작전은 어렵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베즈도리자는 겨울까지 지속되지 않는다. 날씨가 추워지면 비가 눈으로 물러나고 땅이 다시 단단해진다"면서도 "하지만 동유럽에서 겨울은 수비에 더 유리하다. 소위 '겨울 장군'은 프랑스와 독일의 침략자들이 상대해야 했던 가장 치명적인 러시아군 사령관이었던 것으로 유명하다"라고 전했다.
▲ 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의 공격이 진행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특수목적부대원들이 아우디이우카의 최전방 마을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월스트리트 저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경제를 전쟁에 맞춰 조정했고 4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경우 서방의 군사 및 재정 지원에 의존하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쟁을 끝낼 협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양측 모두 협상에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문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통제권에 두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에 뺏긴 영토를 탈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장기간의 전쟁이 러시아에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안보 분야에서의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에 따르면 러시아는 한 달에 1000개의 장거리 폭발 드론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건설했다고 알려졌다.
신문은 "러시아군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크라이나는 방어 태세로 전환해 러시아가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며 우크라이나가 공세적으로 나서는 것은 승산이 없다는 진단을 내놨다.
신문에 따르면 버지니아 주 알링턴 소재 국방연구기관 CNA의 구 소련 안보문제 전문가 드미트리 고렌버그는 "방어는 공격보다 훨씬 쉽다"며 "장기전에서 러시아가 그들의 자원을 소비하게 한 뒤 공세로 복귀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마치 우크라이나가 후퇴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 병력과 물자를 다시 꾸리는 동안 더 안전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텔레그래프>는 "(서방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 영토에서 작전을 펼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에 우크라이나인들은 매우 제한된 전선을 따라 공격하도록 강요받고 있다"며 보다 공세적으로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문은 "서방은 그들에게 손을 등 뒤로 묶은 채 싸우도록 강요했다"며 "그들이 조금이라도 진전을 보였다는 사실은 인상적이지만 겨울을 맞아 공세를 중단한 것은 사실로 남아 있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내년도 올해와 많이 비슷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9월 26일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의 폭발이 누구의 소행인지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 가운데, 11일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독일 매체 <데어슈피겔>과 함께 로만 체르빈스키 우크라이나의 대령을 폭발의 배후 인물로 지목했다.
신문은 체르빈스키 대령이 '조직자'로 불렸으며 6명으로 구성된 폭파 전담팀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전했다. 그는 범선을 임대하고 잠수 장비를 사용해 가스관에 폭발물을 설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 "체르빈스키 대령이 단독으로 작전을 계획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의 지시를 받았다"며 발레리 잘루즈나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에게 해당 사실이 보고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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