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세대 저격한 무알코올 맥주
숙취·칼로리 부담 적어 인기
최근 2040세대 사이에서 무알코올 맥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주류 특유의 청량감과 맥주 본연의 풍미는 그대로 느끼면서 숙취와 칼로리에 대한 부담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분위기는 내고 싶지만 취하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취하려고 마신다" 옛말…'저도주' 인기↑
최근 하이트진로음료는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월 1회 이상 무알코올 음료 음용 경험이 있는 서울·수도권 거주 20~49세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개월 내 직접 구매한 주종을 묻는 항목(복수 응답)에 응답자의 21.3%가 '무알코올·비알코올 맥주'라고 답했다. 소주·맥주·와인·막걸리 등 고객 선호도가 뚜렷한 주종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탄산주·칵테일주(16%), 양주·위스키(15.6%), 저도주(9.5%), 과일소주(8.8%), 일본 청주·사케(5.8%)보다 무·비알코올 구매 비율이 높았다.
현행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도 미만이면 주류가 아닌 음료로 분류된다. 여기서 알코올 함량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 소수점의 알코올이라도 함유했다면 '비알코올(논알코올)'로 정의한다. 이 같은 저도수 맥주는 주세를 내는 일반 맥주나 관세가 높은 수입 맥주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점을 가진다. 실제로 시중에 판매하는 무알코올 맥주 가격은 통상 일반 맥주의 3분의 2 수준이다.
기존 맥주보다 열량도 대체로 낮은 편이다. 2019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맥주 한 캔(500㎖)의 평균 열량은 236㎉로 조사됐다. 100㎖ 기준 약 47.3㎉다. 그러나 대표적인 무알코올 음료 '하이트제로0.00'는 1캔(350㎖)에 13.8kcal인 등 칼로리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2년 차 직장인 정모씨(27)는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져서 그간 술자리에서 음료수나 물을 마셨다"며 "최근 무알코올 맥주를 처음 마셔봤는데 실제로 맥주를 마시는 느낌도 들고 남들과 분위기도 맞출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저도수 시장 급성장…맥주 시장 성장률보다 7배 높다
서울 양재하나로마트에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이는 국내에서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술을 멀리하는 풍조가 강해지면서 무알코올 주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실제로 일본 인터넷 업체 빅로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20∼24세의 80%는 "일상에서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는 "2019년부터 2022년 사이 일본의 논알코올 맥주 시장이 약 2.2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 최대 맥주회사인 아사히맥주는 "2050년에는 매출 절반이 저알코올 혹은 무알코올 음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주의 나라' 독일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독일의 맥주 소비량은 지난 몇 년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였지만, 무알코올 맥주 생산량은 2007년 이후 3배가량 증가했다. 호주도 논알코올 음료가 전체 맥주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저도수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논알코올 음료 시장은 연평균 23%로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맥주 시장 예상 성장률과 비교해 7배 높은 수치다.
저도수 인기 속 '도수 양극화' 트렌드 의견도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저도주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도수 양극화' 트렌드를 주목하고 있다. 위스키·전통주 등의 고도주도 저도주만큼의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알코올과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위스키 역시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위스키 수입량은 2만4968t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이 2만7038t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위스키 수입량은 지난해를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경우 지난 2002년 기록한 연간 최대 수입량 2만7370t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도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으로 '평균실종' 현상을 꼽고 있다. 이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올해 제시한 키워드 중 하나로, 소비자들이 무난하고 평범한 제품은 외면하는 현상을 뜻한다. 즉 취향의 다극화에 따라 소비의 전형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 간담회에서 "양극화 심화와 초개인화 사회의 도래로 인한 N극화, 또 단극화 경향이 심해지며 정규 분포와 평균의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며 "기존의 사업가들이 보편적 취향을 가진 다수 대상의 상품 개발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특정 계층을 목표로 한 타깃 상품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