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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초래한 경제위기 극복 특명 맡아

과격 TV패널로 명성 얻어…하원의원 2년만에 대권

중앙은행 폐쇄·달러화 도입 등 급진정책 천명…긴축재정도 약속


아르헨티나는 좌파 포퓰리즘으로 인해 나라가 망가진 대표적인 국가로 꼽힌다. 광대한 영토와 부유한 자원으로 20세기초만하더라도 세계에서 잘 사는 나라에 들었던 아르헨티나가 여러번의 국가부도를 겪은 것은 '페론이즘'으로 불리는 좌파 포퓰리즘 때문이었다. 이런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대통령으로 강경 우파 하비아르 말레이를 선택했다.

불과 1~2년여 전만 해도 하비에르 밀레이(53) 대통령 당선인이 인구 4600만명의 '한때 부자 나라' 아르헨티나를 이끌 것이라고 예상하는 목소리는 사실상 전무했다.

각종 TV나 라디오에서 테이블 반대쪽에 앉은 상대방을 향해 욕설과 함께 공격적인 자세로 토론하는 모습을 보며 "저 사람에게 나라를 맡겨봐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는 뜻이다. 그때와 지금, "보이지 않는 손이 만졌다"고 표현하는 헝클어진 헤어 스타일과 불타는 듯한 눈빛은 변함없지만, 그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은 천지 차이라고 할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각종 국내·외 매체에서 '극우파',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형용하는 밀레이 당선인은 청소년 시절 프로 축구선수를 꿈꿨던 경제학자이자 정치인이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부촌 지역 중 한 곳인 팔레르모에서 태어난 그는 학부와 대학원까지 모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마쳤다. 그의 전공은 경제학이다.

대선 공약으로 '중앙은행 폐쇄'를 내놨던 밀레이 당선인의 첫 직장은 공교롭게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인턴)이다. 이후 그는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나 그의 언행을 거북하게 여긴 학생들의 항의로 교정을 떠났다고 한다.

이어 은행에서 일하며 각종 서적을 집필하고 언론 매체에서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설파하던 밀레이 당선인은 지난 2019년부터 보수계열 정당을 이끌다가 2021년 하원 의원에 당선되며 중앙정치무대에 입문했다.

그의 입법 활동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이 나라 신생아 사망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선천성 심장병 치료 확대를 골자로 한 법안 개정에 반대표를 던졌을 때다. 지난해 말 이런 선택으로 그는 시민단체와 현지 매체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당시 그는 법안 반대 이유에 대해 "국가가 개인의 삶에 더 많은 간섭을 하고 더 큰 비용을 지출해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고 TV 방송 '토도노토시아스'은 보도했다.

스스로 '이론적으로 무정부주의적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발로'라고 표현했던 이 같은 그의 철학은 이번 대선 공약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아르헨티나 경제학자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온 중앙은행 해체, 아르헨티나 통화(페소)를 달러로 대체하는 달러화 도입, '전기톱 퍼포먼스'로 대변되는 정부지출 대폭 삭감 등이 대표적이다. 무기 매매 완화, 장기 매매 허용, 지구 온난화 이론 배격 등도 있다.

지난 8월 예비선거(PASO)에서 집권당 세르히오 마사(51) 후보와 보수우파 연합 파트리시아 불리치(67) 후보를 제치고 깜짝 1위를 차지한 그는 10월 대선 본선에서는 2위로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그는 결선투표를 앞두고는 일부 과격한 공약 유보·철회 입장을 보이며 확장성을 꾀한 끝에 온건 보수표를 흡수하며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밀레이 당선인은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파티마 플로레스와 연인 관계다.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의 유전자로 복제한 강아지들을 키우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강아지들 이름은 그가 신봉하는 경제학자(밀턴 프리드먼, 머리 로스바드, 로버트 루카스)에게서 빌려와 붙였다고 한다.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를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카사 로사다) 인근에 행인이 지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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