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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재우 기자

■ Global Economy - 한풀 꺾인 ‘미국 추월론’

외국인투자 전년비 9.4% 급감

10월 수출액 6.4% 줄어들고

광군제 수익 감소 등 내수부진

“세계 GDP 비중 17%로 추락”

중국 당국 “무역·국내 수요 상승”

긍정론 선전하며 위기론 일축


베이징=박준우 특파원 [email protected]

한때 세계 경제계에서 당연하게 인정받았던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론’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가시화되고 내부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으면서,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하는 단계까지 크지 못할 거라는 의견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기존에 보여왔던 성장세를 자국이 계속 유지할 것을 확신하며 자국에 대한 투자 등을 독려하고 있으나, 실제 중국에 대한 투자 열기 등은 이전보다 약해지고 있다.
 

그래픽=송재우 기자

◇한풀 꺾인 중국의 미국 추월론 = 글로벌 투자사 록펠러 인터내셔널의 루치르 샤르마 회장은 지난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18.51%를 기점으로 지난해 18.44%로 소폭 하락했으며, 올해엔 1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960년 이래 최대 감소 폭이다. 샤르마 회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과거에 ‘역사가 중국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중국의 부상을 막을 수 없다’고 표명해 왔지만, 시 주석이 무슨 일을 하든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은 당분간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제는 포스트 차이나의 시대”라고 밝혔다.

샤르마 회장 외에도 중국의 성장 둔화를 제기하는 시선은 많다. 지난 13일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각국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는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응답자 중 13명은 ‘중국 경제가 궁극적으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앞설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15명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포린어페어스는 한때 주류 의견이었던 중국 경제의 미국 추월론이 과거에 비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프리 프랭클 하버드대 교수는 “중국이 특정 시점에서 일시적으로 미국 경제를 앞지른 후 인구 성장이 후퇴하는 시점에 다시 미국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 매그너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의 GDP를 넘어선다 한들 자랑거리에 불과할 것이며, 1인당 GDP는 당분간 미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경제 불확실 = 실제 최근 반등세를 보였던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19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財新)은 상무부 자료를 인용해 1∼10월 대(對)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가 9870억 위안(약 177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줄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1∼7월에 -4%, 1∼8월에 -5.1%, 1∼9월에 -8.4% 등 감소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 기업인 400여 명과 만찬을 함께하며 대중국 투자를 호소했지만, 미국 내에서 큰 반향은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 등이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또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10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으며, 내수 소비도 중국이 기대했던 연중 최대 할인 이벤트 ‘솽스이’(雙十一) 기간 중국 e커머스 기업들의 수익이 전년보다 9.75% 감소하는 등 내림세를 겪고 있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까지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분양 후 건설 중단에 직면한 주택만 2000만 채에 이르고, 헝다(恒大)와 비구이위안(碧桂園) 등 해외 채권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대형 부동산 5곳의 총 계약 부채는 6월 기준 2660억 달러(약 345조5000억 원)에 달한다.

◇위기감 속에 외교관들까지 긍정론 선전 = 중국의 이 같은 상황에 경제학자는 물론 외교관들까지 나서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마오닝(毛寧)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월 “중국 경제의 강한 회복력, 충분한 잠재력, 강력한 활력은 변함이 없다”며 “중국 경제의 붕괴를 예측하는 온갖 종류의 발언이 때때로 다시 떠오르고 있지만, 중국 경제는 그 모든 것들보다 오래 버텨왔다”고 주장했다. 황핑(黃屛) 뉴욕 총영사는 10월 ‘비욘드 디스럽션’ 콘퍼런스에 참석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에서 벗어나면서 무역, 경제성장, 국내 수요, 서비스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경제 붕괴에 대한 예측은 지속해서 거짓임이 입증됐다”면서 “중국 경제의 초고속 열차는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주미중국대사관도 9월 단기적인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중국이 설정한 노선에 따라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외교관들의 강경한 대응에 전문가들은 “경제력에 기반했던 중국의 대외적 영향력이 흔들리는 데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야성(黃亞生)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많은 물건을 싸게 공급하는 공급자로서 존재했다”며 “그러나 그들이 무역을 무기화하면서 그 능력이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빅터 시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는 “글로벌 투자자, 국내 투자자, 중국의 미래인 고학력 젊은이 등 과거에는 매우 중요했던 여러 청중에게 중국 정부가 근본적으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그 평판의 손상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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