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옐로스톤 국립공원서 처음 확인
"10년 이내 감염된 인간 나타날 것"
미국 국립공원에서 일명 ‘좀비 사슴’으로 불리는 사슴 질병 사례가 최초로 확인돼 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전염성이 강한 질병인 만성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는 와이오밍 사슴. [사진=CWD 연합 제공]
1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와이오밍주(州) 북서부와 몬태나주 남부, 아이다호주 동부에 걸쳐 있는 세계 최초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인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최근 사슴만성소모성질병에 걸린 사슴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만성소모성질병(CWD, Chronic wasting disease)에 걸리면 '좀비 사슴'을 연상케 한다. 사슴이나 엘크 등 사슴류에 감염돼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히며, 뇌가 파괴되면서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기는 증상을 동반한다. 마치 광우병에 걸린 소처럼 침을 흘리거나 주저앉는 증상을 보인다. CWD에 걸리지 않은 일반사슴에 비해 인간을 덜 무서워하게 되고 표정이 사라진다.
CWD는 한국에서 '광록병'으로 불렸으나, 혐오성 명칭이라는 지적에 따라 사용이 자제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CWD는 미국 23개 주와 캐나다 2개 주, 한국 등지까지 확산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은 공식 성명에서 "현재 CWD는 인간이나 다른 가축 종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람들에게 감염된 동물의 조직이나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내 농림축산검역본부도 광우병과 달리 CWD가 인수공통전염병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CWD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으므로 걸리면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국내 발병 사례 有…인간도 감염될까?
전염성이 강한 질병인 만성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는 와이오밍 사슴. [사진=CWD 연합 제공]
마이클 오스터홀름 미네소타대 교수는 2019년 미국 미생물학회
(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CWD에 감염된 사슴고기를 섭취할 경우 변형된 단백질 '프리온(prions)'에 의한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몇 년의 잠복기가 있을 것"이라며 "10년 이내에 CWD에 전염된 인간의 사례가 속속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프리온에 감염되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달리 몇 년간 자연에서 파괴되지 않고 타액이나 배설물 등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캐나다와 미국 일대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감염된 사슴을 사냥하지 않거나, 사냥한 뒤 특정 테스트를 거친 뒤 고기를 섭취하도록 강력하게 권장되고 있다.
국내 CWD 발병 사례도 있다. 국내에서는 2001년 처음 발병했으며, 2010년 19마리를 끝으로 발병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으나 2016년에 다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에도 의령 진주 등의 지역 농장에서 CWD가 발견돼 전량 살처분하는 등 2018년부터는 매년 CWD 발생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