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개전 후 첫 합의…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

by 민들레 posted Nov 22, 202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네타냐후 ‘하마스 절멸’ 목표 여전
이스라엘 극우 세력 반발도 변수
AP “인질 가족 사이에 분열 우려”
“이스라엘도 휴전 반길 것” 평가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21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식수를 얻기 위해 구호트럭으로 몰려들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22일(현지시간) 합의는 지난달 7일 전쟁 발발 이후 46일 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인질 석방과 교전 중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 절멸’이라는 목표엔 변함이 없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일시적인 해결책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석방 명단에 들지 못한 인질 가족들의 반발과 완전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거셀 것으로 보여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알자지라는 이날 “이번 합의가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여러 부분에서 안도감을 안겨줄 것”이라며 “특히 병원에 있는 환자들과 하룻밤만이라도 폭격 없이 잠들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겐 위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평행선을 달리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개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카타르 등이 주도한 중재에 응했고, 최악의 상황에 놓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이 가능해졌다는 점을 높이 사는 분위기다.

외신들은 지금까지 “테러 집단과의 거래는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온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비난에 일단 한발 물러선 결과라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송환 문제를 해결하라는 내부 압박과 함께 가자지구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응하라는 외부 압박도 받아왔다”고 전했다.

다만 이스라엘의 완전한 태도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그동안 협상이 난항을 겪은 배경엔 이스라엘이 인질 석방 규모는 최대한 늘리고, 교전 중지 기간은 최대한 줄이기 위해 줄다리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애초 교전 중지 기간이 닷새가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등 극우 내각 인사들이 어깃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전날 밤 합의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소집한 각료회의에서 “인질들을 돌려받기 위해 일시 휴전한 이후 우리가 전쟁을 멈출 것이란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있다”며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우리는 하마스를 제거하고, 인질과 실종자가 모두 돌아오고, 가자지구에서 더는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알자지라는 또 양측 합의에 반대하는 이스라엘인이 24시간 동안 법원에 항소할 수 있고, 이 기간엔 어떤 수감자나 인질도 석방할 수 없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마지막까지 합의에 반대했던 벤그비르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 등의 실력 행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실제 휴전이 시작될 때까지 상황은 유동적”이라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이 21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조속한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반면 이번 교전 중지 합의가 완전 휴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의료 인프라가 파괴되고 극심한 식량·식수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지구에 충분한 구호품이 전달되기에는 일시 교전 중지 기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또 이스라엘이 짧은 교전 중지 기간이 끝난 후 다시 예정대로 폭격과 남부 지상작전을 재개할 경우 사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풀려나는 인질이 전체 인질의 5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점도 가족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AP통신은 “일부 인질만 풀려나게 되면서 인질 가족 사이에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며 “완전 휴전을 요구하는 여론 또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도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일부만 풀려난다는 사실은 네타냐후 총리에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향후 추가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사촌이 하마스에 인질로 끌려간 이스라엘인 이파트 자일러는 NYT와 인터뷰하며 “너무 빨리 행복해지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다”며 “(석방 명단에 없다면) 나는 내일이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합의로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은 이득을 봤는지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열세를 면치 못했던 하마스가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다수지만, 이스라엘 역시 교전 중지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전방 사령관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해서 가자지구를 공격하자고 주장하지만, 후방 병참 부대에선 계산기를 두드린 결과 이에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알자지라는 이스라엘공군(IAF)이 가자지구에 배치한 약 2500개의 스마트 폭탄 키트 가운데 재고가 10일치밖에 남지 않았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주장을 전하며 “이스라엘 병참 장교들이 긴급 보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전개하고 있는 ‘하마스 땅굴’ 제거 작업도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자지라는 “많은 분석가가 경고했듯이 로봇으로 터널을 찾긴 하지만, 결국 군인들이 직접 안으로 들어가 파괴해야 한다”며 “며칠 전 익명의 이스라엘 장교는 기자들에게 ‘우리는 (하마스가 설치한 폭탄과 부비트랩이 있는) 그곳으로 내려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스라엘도 지금까지의 전술을 평가하기 위해 교전 중단을 내심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