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서 기체 올랐다" 캐나다 항공사, 장애인올림픽 출전 경력 선수 '홀대'

캐나다 웨스트젯 항공사 장애인 홀대 논란
맨몸으로 바닥 기어 오른 올림픽 출전 선수

 

장애인 승객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으로 빈축을 산 캐나다 항공사가 이번엔 장애인 올림픽 출전 경력이 있는 여성 선수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항공기 탑승용 계단을 몸으로 기어 오르는 사라 모리스 프로버트. [사진=CTV 보도화면 캡쳐]

21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8일 멕시코 휴양지 카보산루카스 공항 활주로에서 캐나다 웨스트젯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여성 장애인이 휠체어 이동용 브리지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거절당하자 몸으로 탑승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내륙 도시 켈로나에 사는 사라 모리스 프로버트는 당시 멕시코에서 장기 휴양을 마치고 귀국 길에 올라 공항에 도착했으나 항공사의 무관심으로 휠체어용 브리지를 이용할 수 없었다.

항공사 측은 브리지를 기체 앞으로 옮겨 달라는 모리스의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 2명의 직원이 항공기용 휠체어에 그를 앉혀 탑승 계단 위로 들어 올려 이동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모리스는 불안하고 무서워서 이 제안을 따를 수 없었다. 항공기용 휠체어가 원래 무거운데다 해당 방법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사 측이 해당 방법 외에 탑승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자 그는 몸으로 탑승 계단을 올랐다. 이내 프로버트는 몸을 뒤로 돌려 앉아 엉덩이와 팔을 이용해 거꾸로 기어 기체에 올랐다. 그동안 다른 승객들은 활주로에서 버스에 앉은 채 기어서 기체에 오르는 그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모리스는 "철제 계단은 더러웠고 내게 쏠린 시선도 불편했다"며 "모욕적이고 자존심이 상하고 역겨운 일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프로버트는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한 캐나다 대표 선수 출신이다.

앞서 캐나다 항공사는 지난 8월에도 장애인 홀대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또 다른 항공사 '에어 캐나다' 역시 장애인 홀대 논란으로 많은 빈축을 샀다. 지난 8월에는 뇌성마비 환자인 로드니 호진스가 항공기를 나서던 중 기내 휠체어를 제공받지 못하고 복도를 기어서 이동한 사실을 공개하자 전 세계적으로 공분이 일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라이언 라찬스는 지난 5월 장애인용 전동 이용기 사용을 거절당하고 직원들이 휠체어로 자신을 옮기던 중 그를 놓쳐 복도 바닥에 떨어트렸다고 말했다. 그가 항공기를 내려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는 한 시간 반이 걸렸다고 한다. 집에 돌아온 라찬스는 이후 사흘을 침대 위에서 앓아야 했다고 전했다.

웨스트젯은 성명을 통해 모리스에게 브리지를 제공했어야 한다고 유감을 표시하면서 "상황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브리지를 이용할 수 없는 사정으로 대안을 제시했으나 모리스가 이 도움을 거부했다고 해명했다.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