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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2022년 10월 러시아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공격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통해 드론은 이제 현대 전장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여러 전투에서 드론의 효과가 입증되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 등 각 교전 주체들은 경쟁적으로 드론을 도입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각국 군대가 사용하는 드론은 군사용 규격이 적용돼 동급 상용 드론보다 훨씬 비싸고 도입도 어려웠지만, 요즘 전쟁터에서 날아다니는 드론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기성품들이다. 드론이 워낙 많이 사용되다 보니 기성품 드론을 직접 개조할 수 있는 사람들도 일선 부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취미용·촬영용으로 제작된 저가의 상용 드론을 개조해 무인 정찰기를 만드는가 하면, 수류탄이나 박격포탄을 달아 폭격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심지어 컨트롤러와 드론 간의 무선 통달 거리가 짧은 상용 염가형 드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드론에 통신 중계기를 달아 드론 통제 범위를 몇 배로 늘리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위 떨치는 저가형 드론



전쟁이 연이어 터지면서 드론 소요도 크게 늘었고, 이에 따라 공급업체도 많아지면서 드론 가격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하더라도 드론은 극소수 국가와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는 최첨단의 영역으로 인식됐었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웹서핑을 통해 관련 자료를 찾고, 온라인 마켓에 널려있는 부품들을 쉽게 구입해 컴퓨터 조립하듯 드론 제작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이란이 개발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샤헤드-136’은 이런 저가형 가성비 드론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드론은 엔진부터 연료 및 동력계통, 비행제어시스템까지 모두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상용 부품들로 만들어졌다.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플라스틱 프레임 안에 오토바이 엔진을 넣고, 상용 GPS를 이용해 항법장치를 만들며 유도까지 되는 컴퓨터와 비행제어시스템을 붙인 뒤 50㎏까지 폭발물을 장착한 것이 샤헤드-136이다. 이란이 러시아에 처음 이 드론을 판매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드론의 대당 가격은 2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이란과 러시아가 드론을 대량 생산하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져 현재는 1만 달러 이하의 가격에 공급되고 있다.
 

지난 5월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군이 쏜 이란제 샤헤드 드론(무인기)이 격추되고 있다. 연합뉴스
 

1만 달러대 가격에 스텔스 기능까지



러시아가 처음 이 드론을 실전에 투입했을 때, 많은 군인과 전문가들은 이 드론을 조롱했었다. 길이 3.5m, 폭 2.5m의 이 드론은 ‘첨단’과는 거리가 멀어서 토마호크와 같은 순항미사일처럼 낮은 고도에서 지면에 밀착해 비행하며 적의 레이더로부터 탐지되는 것을 피하는 능력 따위는 없었다. 날아오는 족족 레이더에 탐지됐고, 오토바이 엔진을 쓰다 보니 소리도 커서 은밀히 침투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카탈로그 데이터로는 최대 185㎞/h의 속도를 내지만, 실제로는 110~130㎞/h 정도의 비교적 느린 속도로 날았기 때문에 일단 눈에만 띄면 소총으로도 격추가 가능했다. 우크라이나 역시 지대공 미사일이나 대공포, 심지어 AK 소총으로 샤헤드-136 드론을 격추시키는 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군 비장의 카드가 자신들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쳤지만, 우크라이나는 정말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 바로 물량이었다.

샤헤드-136과 같은 염가형 드론은 구조가 대단히 단순해 적은 비용으로도 단기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이 드론과 체급이 유사한 이스라엘의 ‘하피 2’의 경우 대당 1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샤헤드-136은 그 100분의 1 가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할 때 여러 대를 동시에 대량으로 날리는 것이 가능하고, 이 중 몇 대가 격추되더라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최대 2,500㎞까지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순항미사일을 능가하는 장거리 타격이 가능하다. 이란과 러시아는 최근 이 드론에 저렴한 가격으로 높은 스텔스 효과를 낼 수 있는 염가형 전파 흡수 도료를 칠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24, 25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쏟아진 대량의 드론 중에는 이 도료가 칠해진 샤헤드-136 드론도 있었다. 가격도 싸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드론이 스텔스 능력까지 갖게 됐다는 것이다.
 

미 해군 방공망 뚫고 공해상 선박 공격



이달 24일 인도양에서 발생한 선박 피격 사건은 이 염가형 드론이 얼마나 큰 위협이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몰타 선적 컨테이너선인 ‘CMA CGM 시미(Symi)’호는 지난 21일, 두바이 제벨 알리 항구를 출항한 뒤 사흘 뒤인 24일 오후, 오만 남방 인도양 공해상에서 샤헤드-136 드론에 피격됐다. 이 화물선은 싱가포르 업체 소유였는데, 해당 업체의 대주주가 이스라엘인이었기 때문에 공격의 표적이 된 것이다. 미국은 이 공격이 이란이 발사한 샤헤드-136 드론에 의해 수행됐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란 영토에서 발사된 이 염가형 드론이 미 해군 항모전단 방공구역을 고스란히 통과해 공해상에서 항해 중인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는 말이 된다. 사건 발생 당일, 오만만 해상에는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타격 전단이 전개돼 있었다. 미국은 이 사건 이전에도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로 날려 보내는 다량의 드론과 순항미사일을 여러 차례 놓친 바 있다. 홍해에 미군 정찰기와 이지스함이 전개돼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미사일과 드론이 이스라엘 에일라트까지 날아들고 있다. 다시 말해 미 해군의 첨단 방공 전투함으로도 샤헤드-136과 같은 염가형 드론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인근 전선에서 우크라이나 제10산악돌격여단 '에델바이스' 소속 대원들이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불타는 버스를 피해 이동하고 있다. 바흐무트=AP 뉴시스

북한과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이란·러시아가 상용 부품들을 이용한 장거리 타격용 자폭 드론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 역시 유사 무기를 대량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은 이미 2010년대 초반부터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둔 ‘자폭형 무인타격기’를 생산해 일선 부대에 배치하고 있고, 지난 9월에는 러시아에서 자폭 드론 5대와 정찰 드론 1대를 선물받기도 했다. 당시 러시아는 해당 드론이 연해주 기업들이 독자 개발한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이들은 모두 중국 업체의 상용 드론으로 현재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대당 1만1,000달러 선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을 복제한 것이다. 부품을 구하기 쉽고, 제조 단가도 낮으면서 전술적인 효과도 뛰어나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대량 도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북한은 항상 한국군의 취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비대칭 무기들을 만들어왔고, 자폭드론은 다른 비대칭 무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성비가 우수한 대남 공격 무기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드론 위협에 대비해야

올레그 코제먀코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한다며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정찰드론. 올레그 코제먀코 러시아 연해주 주지사 텔레그램

우리 군은 현재 도입 중인 TPS-880K 국지방공레이더와 방공자동화체계(C2A)로 북한 드론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북한 드론이 수도권은 물론 서울 상공까지 휘젓고 다니는 사건이 발생하며 군의 이러한 주장이 틀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드론은 일반적인 항공기와 달리 체적이 작아 레이더 반사 면적이 작고, 속도도 느리기 때문에 새 떼로 오인하기 쉽다. 이런 공중 표적에 대응하려면 360도 전 방향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는 4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를 촘촘하게 배치하고, 이 레이더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데이터 대조·분석을 해야 하지만, 한국은 시대착오적인 국지방공레이더를 ‘최신’이라며 도입해 띄엄띄엄 배치하는 것도 모자라 최신형이라는 ‘천호’ 대공포에서는 아예 레이더를 빼버렸다. 9년 전 북한 무인기 사건 당시 저고도 방공망의 취약점이 지적됐고, 여러 차례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 절감’과 ‘국산화 만능주의’에 집착해 방공망 구멍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 군이 방공망 구멍을 방치하고 있는 사이, 북한은 드론 전력을 계속해서 키우고 있다. 북한이 북한판 샤헤드-136을 만들어 그 안에 일반 탄두가 아닌 생물무기나 화학무기를 실어 날려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북한 드론이 정찰만 하고 돌아갔던 지난해 드론 침투 사건 때는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지만, 북한이 작심하고 도발에 나서면 그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될지 알 수 없다. 우리 군이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드론 전쟁을 보며 깨닫는 것이 있기를 바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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