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트럼프, 미셸 오바마 등 전 영부인들이 28일 화요일 글렌 기념교회에서 열린 로잘린 카터 전 영부인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AP 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 여사의 장례식이 열린 미국 애틀랜타의 한 교회. 군중 속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였다. 최근 공개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역대 영부인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홀로 디올의 ‘회색’ 트위드 코트를 입고 있었던 탓이다.
28일(현지시각)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엄수된 로절린 여사의 장례식에는 전현직 영부인 5명도 나란히 참석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이었다.
전직 영부인 4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8년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행정부 순서(트럼프, 오바마, 부시, 클린턴)로 나란히 앉았다. 영부인들은 서로를 거의 쳐다보지도 않고 미소도 짓지 않았으며,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오로지 앞만 바라보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카터 전 대통령 부부의 손자인 제이슨은 이들의 참석에 대해 “놀라운 자매애”라고 했다.
특히 멜라니아 여사는 2021년 1월 백악관을 떠난 이후 남편의 법정 출석을 포함해 대부분의 공식 석상이나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CNN은 “멜라니아 여사가 전현직 영부인들과 함께 로절린 여사를 추모하는 자리에 참석한 것은 보다 전통적인 전직 영부인 역할에 발을 들인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전직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와 멜라니아 트럼프가 28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글렌 기념교회에서 열린 전 영부인 로절린 카터 추모식에 참석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부인들은 대체로 검은색 복장을 입었지만, 세부적인 모습에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등 각자 개성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상징’과도 같은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미셸 여사는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가 돋보이는 포니테일을 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남편의 재임 시절부터 즐겨 입던 브랜드인 디올의 ‘회색’코트를 택해 유독 눈에 띄었다. 로라 여사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검정 드레스에 진주 목걸이를 했고, 질 여사는 검정 정장에 디올 슬링백 구두를 신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컬러와 스타일로 멜라니아 여사가 두드러져 보였다”며 “마치 행사에 함께하지만, 그렇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멜라니아 여사의 선택은 상징과도 같아 보인다”며 “퍼스트레이디 역할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 주변의 기대처럼 행동하고 싶지 않은 마음 등을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