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와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의 경영권 싸움이 재개됐다.
30일(현지 시각) 경제매체 CNBC와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펠츠가 설립한 트라이언 펀드는 이날 오전 성명에서 디즈니를 상대로 새로운 ‘위임장 대결’(Proxy Fight)을 벌인다고 밝혔다. 트라이언 펀드는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와 대화를 나눴고 디즈니 이사회 측과도 만나기로 합의했지만, 디즈니 이사회가 이 펀드의 이사진 참여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로고. /연합뉴스
CNBC 소식통은 디즈니 이사회에서 2석 이상을 확보하는 것이 펠츠의 우선 목표라고 전했다. 디즈니는 전날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와 제러미 대러크 전 스카이 CEO를 새 이사로 임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펠츠는 디즈니가 이들을 영입한 것이 “현 상황에서 진전된 것”이지만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펠츠는 지난 1월 디즈니를 상대로 첫 번째 위임장 대결을 예고하면서 이사회 자리와 대폭의 비용 절감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그는 디즈니가 2월에 대규모 정리해고와 비용 절감 계획을 발표하자 위임장 대결을 철회했다. 하지만 당시 디즈니의 재무 성과가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밝혔었다.
WSJ에 따르면 트라이언 펀드는 지난 11월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보유 주식이 디즈니 전체 지분의 약 1.8%에 해당하는 3400만주 가량이라고 보고했다. WSJ은 이 지분의 대부분을 아이작 펄머터 전 마블 엔터테인먼트 회장이 넘긴 것이라고 전했다.
펄머터 회장은 마블을 키워낸 장본인으로 2009년 마블을 40억달러(약 5조2000억원)에 디즈니에 매각하면서 이 회사의 최대 개인주주가 됐으나, 아이거 CEO와 여러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다 지난 3월 해임된 바 있다.
디즈니는 이날 관련 성명에서 트라이언 펀드의 이번 위임장 대결이 펄머터 전 마블 회장의 개인적인 원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디즈니는 “펄머터가 아이거 CEO에 대해 오랫동안 개인적인 의제를 표명해 왔다”며 “이는 다른 모든 주주의 의제와는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위임장 대결은 다수의 주주에게서 위임장을 확보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략으로, 해당 기업의 경영권을 뺏는 수단으로 쓰인다. 트라이언 펀드는 과거 프록터앤드갬블(P&G), 웬디스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이사회에 진출한 바 있다. 디즈니의 다음 주주총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선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