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카타르서 협상단 철수…하마스도 "현재 협상 없다" 선언
'137명 추정' 나머지 인질 행방 놓고 줄다리기
해리스 "민간인 너무 많이 죽어"…마크롱 "이 목표 뭐냐"
3일 가자지구 공격 재개한 이스라엘군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가자지구에서 교전이 재개돼 다시 피바람이 불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은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사실상 헛바퀴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 사회는 한목소리로 휴전을 촉구하며 중재에 나섰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오히려 인질 석방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고수하며 협상 테이블로 다가서지 않고 있다.
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2일 중재국 카타르에서 협상단을 철수시킨 뒤 사흘째인 이날 현재까지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당시 성명을 내고 "협상이 교착에 빠졌다"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도하 협상단에 귀국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하마스 측에서도 협상 교착을 선언했다.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인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은 같은 날 알자지라 방송에서 "현재 진행 중인 휴전 관련 협상은 없다"며 "전면적인 휴전과 모든 팔레스타인인 수감자의 석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인질을 풀어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 백악관에서도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 조정관이 3일 NBC 방송에 나와 "협상이 멈춰 섰다"고 전하고 다만 "이를 다시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우리 개입은 멈추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에서는 짧았던 7일간의 일시휴전을 뒤로 하고 지난 1일부터 교전이 재개됐다. 폭격이 쏟아지면서 당일 하루 만에 800명에 육박하는 사상자가 나왔다.
가자지구에서 3일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어린이들이 놀고 있다. [EPA=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차갑게 식어버린 휴전 협상에 다시 불씨를 살려보려고 일제히 설득과 압박에 나섰다.
중동 접경국인 이집트는 양측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카타르 외무부도 "중재 노력이 난제에 직면했다"면서도 "접촉이 이어지고 있으며, 도하 상황실에서 작업을 계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방도 압박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은 NSC 대변인 명의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NSC는 남아있는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계속해서 깊이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연거푸 중동 순방에 나섰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우리는 지난 7일간 작동했던 프로세스를 (다시) 추구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중재국 카타르를 직접 방문해 새로운 휴전 협상을 돕겠다면서 "이스라엘은 전쟁의 목적과 최종 목표를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자지구에서 무차별 폭격이 아닌 정밀 타격으로 전술을 전환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가자지구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무고한 민간인 희생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내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진영에서는 무슬림 표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참석해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하면서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한 포럼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을 '전략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고수해온 '두 국가 해법'을 재차 강조했다.
3일 가자지구 칸유니스 상공에 플레어가 번쩍이고 있다. [UPI=연합뉴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협상의 최대 쟁점인 인질 석방을 놓고 한 치 양보도 없는 줄다리기를 고수 중이다.
이스라엘은 카타르에서 협상단 철수를 발표하면서 "하마스가 합의에 따라 제공된 명단에 있던 여성과 어린이들을 석방해야 했지만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앞서 일시휴전에서 풀어준 인질 이외에 나머지 인질의 행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지난 10월 7일 하마스 기습 당시 붙잡힌 인질 중 여성과 어린이는 모두 석방했으며, 나머지 인질은 다른 무장단체인 이슬라믹지하드(PIJ)에 억류돼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마스 정치국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은 "우리는 모든 여성과 어린이를 석방했으며, 이제 우리 수중에는 남성과 군인들만 있다"면서 이에 따른 '새로운 조건'의 협상에 이스라엘이 응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만약 하마스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가 실권을 장악한 만큼 다른 무장단체에 인질 석방을 지시할 힘이 있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지난 7일에 걸친 휴전 기간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중 여성, 어린이, 외국인 등 105명이 풀려났으며, 이스라엘은 이에 맞교환으로 팔레스타인 수감자 240명을 석방했다.
아직 남아있는 인질은 137명 정도로 이스라엘은 추정 중이다.
3일 이스라엘 폭격 맞은 가자지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