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주재 대사 지낸 마누엘 로차
1980년대부터 美정보 수집·쿠바 지원
대사까지 지냈던 미국의 전직 외교관이 40년 넘게 쿠바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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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마누엘 로차 전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최소 1980년대부터 쿠바 정부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 1950년 볼리비아에서 태어난 로차는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뒤 냉전 시기인 1981년께부터 현재까지 쿠바 정보당국의 비밀 요원으로 활동했다.
로차는 1981~2002년 미국 국무부에서 일했고 2000~2002년 주볼리비아 대사를 지내며 미국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쿠바 정부를 지원했다. 그는 1994~1995년 미국 안보 정책을 총지휘하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도 근무했다. 퇴직 후에는 2006~2012년 쿠바를 관할 구역으로 하는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의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다만 로차가 쿠바에 어떤 정보를 빼돌렸는지, 쿠바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수행해줬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40년 이상 이어진 로차의 이중생활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위장 수사에 덜미가 잡혔다. FBI는 비밀 수사관을 쿠바 정보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주재 요원으로 위장시켜 은퇴 후 마이애미에서 살고 있던 로차에게 접근시켰다. 로차는 쿠바 요원으로 위장한 FBI 요원을 만나 자신이 쿠바 정보기관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수차례 인정했다.
로차는 이 요원과의 만남에서 미국을 ‘적’이라고 표현했고 쿠바와 자신을 ‘우리’ 또는 ‘동지’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로차는 미 정부 근무 기간 쿠바 정보 요원을 만나기 위해 해외로 출국한 뒤 거짓 보고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쿠바 정보기관이 로차에게 은퇴 이후에는 평범한 삶을 살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그는 우익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들어내 살고 있었다고도 했다. 또 위장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쿠바에 민주주의가 회복되지 않는 한 미국이 쿠바와 관계를 정상화하면 안 된다는 법을 발의한 정치인을 후원하기도 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외국 요원이 미국 정부의 가장 고위직까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침투한 사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