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배를 띄우고, 바람을 즐기고, 좋은 술 한잔을 걸친다’ 선조들의 풍류가 떠오른다. 옛 사람들에게만 유효한 즐거움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선양소주의 팝업스토어 ‘플롭 선양’이 그 증거다. 매일 새로운 브랜드 팝업이 생기고 사라지는 성수 한복판에 배를 띄우고, 술 한 잔을 권하며 매일 1000명에 가까운 MZ세대를 불러 모으는 그곳에 지난 1일 직접 찾아가 봤다.
선양소주 팝업스토어 '플롭 선양'의 입구. 사진 맥키스컴퍼니
성수역 3번 출구로 나와, 카페 거리에서 성삼어린이공원 쪽으로 걷다 보면 새파란 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선양소주의 팝업 ‘플롭 선양(Plop Sunyang)’의 입구다. ‘선양’은 맥키스컴퍼니의 옛 사명으로, 1973년 충청도 일대 33개의 소주회사가 모여 설립한 ‘금관주조’가 모태다. 이듬해 ‘선양주조’로 사명을 바꾼 뒤 50년 동안 지역 주류회사로 충청 지역민들에게 사랑을 받아왔고, 얼마 전엔 전국 홈플러스에 입점하며 전국구 공략의 포문을 열었다. 이번 팝업도 그 일환이다.
근데 이 팝업, 초입부터 심상치 않다. 플롭 선양은 선양의 심볼인 ‘고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이라는 주제로 크게 어트랙션존, 브랜드존, 선양오뎅포차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그 시작점인 어트랙션존에서 배를 타기 때문이다. 요즘 성수동 관련 SNS 피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바로 그 스폿이다. 인공 수조로 물길을 만들고 선양소주의 뚜껑, 크라운캡 모양의 작은 배를 띄워 두었는데 긴 코스는 아니지만 실내에서 작은 배를 타고 둥실둥실 떠가는 기분이 꽤 새롭다.
팝업 초입에서 배를 탈 수 있다. 배는 선양소주 뚜껑인 크라운 캡 모양을 형상화했다. 사진 맥키스컴퍼니
배에서 내리면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바람과 물, 모래섬을 따라 고래를 찾는 여정이다. 근데 만날 수 있는 건 고래뿐만이 아니다. 인생샷도 건질 수 있다. 바람과 물, 모래섬을 형상화한 구역들이 하나같이 잘 꾸며진 포토존이기 때문이다. 올여름 내내 유행했던 ‘모래 하트 인증샷’도 준비되어 있다. 모래 하트 인증샷이란 바닷가의 모래를 하트 모양으로 홈을 판 뒤 그 안에 핸드폰을 넣고 찍는 셀카를 말한다. 모래 모양은 하트와 소주병, 병뚜껑인 크라운캡 모양 세 가지가 있으며 천장까지 파란 하늘로 꾸며져 있어 마치 날씨 좋은 날 해변에서 찍은 듯한 인증샷을 찍을 수 있어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파란 모래 섬을 지나 벽면 한가득 큰 고래가 유영하는 미디어아트 섹션에서 고래와 함께 마지막 인증샷까지 야무지게 남겼다면 이제 굿즈와 게임이 있는 브랜드존으로 넘어간다. 이곳에서는 총 세 가지의 간단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게임에 모두 성공하면 쿠폰 한장을 받을 수 있다. 선양오뎅포차에서 선양소주 한 잔과 맛있는 어묵 한 꼬치를 바꿔 먹을 수 있는 교환권이다. 내부 관람을 마치고 밖을 나서니 바람이 매섭다. 이날 서울 최저 기온은 영하 6도. 팝업 옆 야외와 연결된 포차에 쿠폰을 내밀고 소주 한 잔에 어묵 한 꼬치를 받아온다. 깔끔하게 넘어가는 소주 한 잔에 뜨끈한 어묵 국물 한 모금 곁들이니 풍류가 따로 있나 싶다.
큰 고래가 유영하는 플롭 선양의 미디어아트 존. 사진 맥키스컴퍼니
플롭 선양은 11월 17일 문을 연 뒤 12월 6일 기준 방문객 수가 이미 1만5000명이 넘었다. 평일엔 600명, 주말엔 1000명 이상의 MZ들이 이곳을 찾는다. 최근 우후죽순 생기는 팝업들로 ‘MZ 모시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과 선양소주가 이제 막 수도권에 진출한 브랜드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성공 이유는 뭘까. 맥키스컴퍼니 마케팅팀 고봉훈 팀장은 “플롭 선양은 팝업 내에서 브랜드를 반복 노출하는 방법보다 잘 기획된 전시회처럼 꾸며 고객들의 자율적인 참여와 경험으로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플롭 선양을 찾은 이서연(23)·박용수(25) 씨는 “SNS에서 보고 왔는데 배를 타는 경험도 새로웠고, 예쁜 사진도 많이 남길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했다. 선양소주의 팝업 스토어는 이번 주 토요일인 12월 9일까지 진행된다. 운영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신분증을 지참한 19세 이상 성인만 관람할 수 있으며 네이버 예약은 조기 마감되어 현장 예약만 가능하다.
중앙일보